"저것만 없었다면" 콘크리트 둔덕 앞에서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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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만 없었다면" 콘크리트 둔덕 앞에서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

연합뉴스 2025-12-24 14:4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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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앞두고 무안공항 순례길 동행…무너진 로컬라이저 앞서 울분

'보고싶다' 푸른 리본에 그리움 담아…"참사 잊혀질까 무서워"

터져나오는 그리움 터져나오는 그리움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인근에서 유가족들이 추모 메시지를 적은 리본을 매달고 있다. 2025.12.24 in@yna.co.kr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저것만 없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는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떠나지 못한 유가족들의 울음과 탄식이 남아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거세게 스치는 활주로 끝자락 사고 당시 항공기가 충돌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콘크리트 둔덕)은 철거되지 않은 채 1년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날 참사 현장을 둘러보는 '순례길' 프로그램 첫날에는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유가족들 등 20여명이 함께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현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활주로 끝에 자리한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군데군데 부서져 산산조각 난 로컬라이저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를 마주한 유가족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유가족들은 한동안 구조물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높이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고 이내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눈물만 흘리기를 반복했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도, 결국 참았던 울음이 새어 나왔다.

"저것만 없었으면…. 저것만 없었더라면 살 수 있었잖아!"

유가족들은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눈앞에 선 구조물을 향한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미처 보내지 못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인 울분이었다.

'저것만 없었더라면' '저것만 없었더라면'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인근에서 유가족들이 무너진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을 바라보고 있다. 2025.12.24 in@yna.co.kr

이후 유가족들은 로컬라이저 인근에 설치된 철조망 앞으로 이동했다.

철조망 주변에는 소주병과 초콜릿, 작은 꽃다발 등이 놓여 있었다.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유가족들은 가방에서 푸른 리본을 꺼내 들고, 조심스레 검은 매직으로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보고 싶다 아들아, 사랑한다', '보고 싶고 사랑해요. 당신 마눌이.'

수없이 써왔던 문장이었지만, 적을 때마다 가슴 깊숙이 남은 그리움은 좀처럼 달래지지 않았다.

리본을 철조망에 묶는 순간 뒤편으로 보이는 로컬라이저가 다시 시야에 들어오자 유가족들은 애써 그쳤던 눈물을 또다시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한 유가족은 한참 동안 리본을 매만지다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참사로 아들을 잃은 이경임(65) 씨는 "평생 속 한 번 썩이지 않던 아이였다"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떠나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주기가 다가오면서 잠시나마 관심이 모이는 것 같지만 29일이 지나면 또다시 잊힐까 두렵다"며 "이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진실의 길에 나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진실의 길에 나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무안=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24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5.12.24 in@yna.co.kr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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