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폐지’ 시그널 무시? 민주당 ‘입법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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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폐지’ 시그널 무시? 민주당 ‘입법 마이웨이’

일요시사 2025-12-24 13:46: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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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따른 위헌 논란도 문제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집권여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적인 ‘가이드라인’마저 무시하고 입법 독주를 감행했다는 점에 쏠린다. 최근 ‘재판중지법’ 논란에 이어 당정 간 파열음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법 처리를 막기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제 종료시킨 뒤,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통과된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법안 심사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그대로 존치됐다는 점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있는 사실을 얘기하는 게 무슨 명예훼손인가. 형사가 아닌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검토를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유엔(UN) 등 국제사회가 한국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며 폐지를 권고해 온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뜻을 사실상 묵살했다.

당초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단계에서 삭제됐던 해당 조항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되살려 놨고, 친고죄 전환마저 백지화했다. 당 지도부는 형법 체계와의 정합성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인권 신장’을 주문하고 여당은 ‘언론통제’를 입법하는 ‘엇박자’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 간의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3일 현직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재판을 정지시키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대통령실의 공개 경고를 받고 하루 만에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국정 안정법’이라고 명명하며 속도전을 예고했으나, 대통령실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예산안 정국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입법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법안 추진 철회 의사를 밝히며 사태는 봉합됐지만, 당내에선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지도부가 설익은 ‘충성 경쟁’을 벌이다가 이 대통령 체면만 구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번 정보통신망법 처리 과정이 당시의 데자뷔처럼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번에는 여당이 물러서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청래 대표 측은 당정 간 역할 분담론인 ‘굿캅·배드캅’ 이론을 내세우며 당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안까지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단순한 역할 분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언론개혁’이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의 합리적 주문조차 외면하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재판중지법’ 소동 당시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된 적 없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는 정 대표를 포함, 당 최고위원회의 강경 드라이브와 원내 협상 전략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역시 과방위(원내)에서 합의에 가깝게 정리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지도부 입김이 센 법사위가 뒤집은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민사 해결을 원칙으로 제시하며 ‘자유’를 강조하는데, 여당 대표는 처벌 강화를 외치며 ‘규제’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재판중지법 때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접었지만, 언론법만큼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소신이었다”며 “이를 친고죄로 전환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법사위에서 이를 삭제해 버렸다. 이 부분은 대통령의 입장과 충돌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실 여부보다 ‘언론개혁을 하고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어필에 가깝다”며 “그 결과 법적 원칙을 무시하게 되고, 위헌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정보통신망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당장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은 물론이고 위헌 소송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책 조율 기능을 상실한 채 엇박자를 내는 당정관계가 국정 운영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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