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최고경영자 인선을 둘러싸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공개적으로 직격하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편 압박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절차에 착수한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그간 지배구조와 인선 과정에서의 투명성 논란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의 연임 가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향후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의 직접적인 인사 개입이 아니더라도 이사회 독립성·후보추천 절차·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제도적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금융권 인사와 관련한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고 언급하며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10년, 20년씩 지배하는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돌아가면서 해 먹더라"는 표현과 함께 '이너 서클'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자 금융권은 즉각 술렁였다.
표면적으로는 인선과 관련된 불만·음해성 투서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이 문제 삼은 지점은 오히려 "타당성 있는 내용들이 섞여 있다"는 대목이었다. 즉 자율을 명분으로 방치된 지배구조가 소수 엘리트 집단의 '순환 보직'과 '셀프 연임'으로 굳어져 금융산업의 역동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깔려 있었다.
정부 개입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민간 내부의 폐쇄적 카르텔이 강화됐고 이사회는 견제 기능을 상실한 채 경영진과 공생하는 형태로 굳어졌다는 문제의식이 핵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입'의 명분이 인사권 행사가 아니라 제도 정상화를 통한 '시장 신뢰 회복'으로 재설정된 셈이다.
임기만료 앞두고 회추위 돌입한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인선' 직격탄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에서 가장 민감하게 거론되는 곳은 '회장 인선이 임박한' 금융지주들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임기 만료(내년 3월)와 맞물려 이번 발언의 여진이 연임 절차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이달 마지막 주 외부 전문가 면접과 심층 면접 등을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과 함께 "절차가 요식행위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재점화되고 있다.
임 회장은 정권 교체에도 살아남는 대표적인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그는 MB 정부에서 경제비서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고위 관료 출신 인물로 보수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이력을 갖고 있다. 진보 정권 하에서도 연임에 성공한다면 정권은 바뀌어도 모피아는 영원하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쇄적인 인사 구조도 논란이다. 그간 우리금융지주에선 임 회장 취임 이후 부문장·핵심 라인에 특정 학연(연세대) 출신이 다수 포진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사·조직 운영이 성과보다 인맥 중심으로 굳어졌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대통령이 말한 '이너서클'이 특정 금융사를 지목한 것은 아니더라도 금융권에서 학연·관료 네트워크 논란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사례로 우리금융이 거론되면 여론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우리금융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지주'라는 간판에 비해 수익 구조가 은행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우리금융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 비중이 90%대를 차지하고, 원화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생산적 금융'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연임 정당성은 결국 절차의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으로 이어지는데 대통령이 공론장에 꺼낸 문제 역시 "회장-행장 돌려막기", "10~20년 장기 지배", "자율 방치가 만든 카르텔"이라는 지배구조의 구조적 결함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금융은 실적 논쟁에 더해, 지배구조 문제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 이사회에 임종룡 회장만을 사내이사로 두고 은행장이나 주요 계열사 CEO를 비상임이사로 참여시키지 않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은행장 또는 핵심 계열사 CEO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그룹 전체 리스크와 현장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사회 구성 변화의 폭과 시점도 독립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됐고 그 사외이사들이 다시 회장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제도적으로는 독립성이 보장돼 있더라도 '체감 독립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독 사내이사 체제, 은행장 비참여 구조, 사외이사 대규모 교체와 임추위 전원 참여 구조가 맞물리면서 이사회가 CEO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는 곧 회장 연임 국면을 맞고 있는 우리금융의 '셀프연임' 논란으로 직결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결국 이번 사안은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연임 문제를 넘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개별 인사에 대한 쇄신으로 이어질 지 이사회·후보추천·내부통제의 규칙을 바꾸는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금융권의 반응도 달라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든 교체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후보추천 절차의 투명성 제고, 상시 승계 체계 구축 같은 제도적 보강 없이는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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