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던 '김밥'이 외식 물가 상승의 정점에 섰다. 통계 조사 결과, 주요 외식 품목 중 가격 인상 폭이 가장 가파른 메뉴로 김밥이 뽑혔다. 고물가 흐름 속에 ‘저렴하고 간편한 음식’을 상징하던 김밥조차 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김밥 상승률 최고치, 1만 원 육박하는 칼국수가 뒤이어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평균 가격은 1년 사이 5.7% 오르며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현재 한 줄에 3700원 안팎에 거래되며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밥의 뒤를 이은 칼국수 또한 5% 가까이 올라 한 그릇에 9846원에 이르렀다. 사실상 ‘1만 원 시대’를 눈앞에 둔 셈이다. 이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식재료 수입 비용 증가가 시차를 두고 외식 현장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러 속재료의 조합, 물가 상승기엔 오히려 독
김밥은 조리 방식이 명확하면서도 영양 균형을 맞추기 좋아 선호도가 높다. 밥과 김이라는 기본 틀 안에 채소, 달걀, 육류 등 여러 식재료를 취향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함이 특징이다.
하지만 들어가는 속재료가 늘어나는 점은 물가 상승기에 가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만 가격이 뛰어도 전체 판매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돈가스용 돼지고기나 수산물은 바다 상황에 따른 공급량 변화로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식재료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기대고 있는 구조 역시 대외 경제 여건이 나빠질 때마다 김밥 가격을 더 예민하게 움직이게 만든다.
한국 김 해외 판매 늘며 국내 공급 확보에 비상
한국 김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출량이 늘어나는 점도 우리 물가에는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같은 주요 수출 국가에서 한국산 조미김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혜택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주문은 더욱 몰리는 추세다. 이처럼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국내에 풀릴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정작 우리 식탁의 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국내 공급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시장에 풀리는 김의 양을 넉넉히 유지하고자 양식장을 새로 만들어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또한 마트 등과 손잡고 할인 행사를 꾸준히 지원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바다 수온 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동이 여전해, 김밥 가격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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