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암 조직 붕괴…절개 없이 종양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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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로 암 조직 붕괴…절개 없이 종양만 노린다

데일리 포스트 2025-12-24 12:53: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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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암 치료는 여전히 수술과 방사선, 항암제가 중심이다. 하지만 몸을 열지 않고 종양만 정확히 겨냥하려는 치료법도 임상 현장에서 점차 적용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집속 초음파로 종양 조직을 물리적으로 미세하게 분쇄하는 치료법인 '히스토트립시(histotripsy)'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은 최근 공학·의학 전문 매체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됐다.

◆ 열 대신 충격…암 조직을 '미세 분쇄'한다

히스토트립시는 체외에서 초음파를 한 지점에 모아 조사하는 방식이다. 초음파가 종양에 도달하면 조직 내부에 미세한 기포가 순식간에 생성됐다가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한 충격이 암세포를 잘게 부수면서 종양 조직의 구조는 무너지고, 액체에 가까운 상태로 변한다. 분해된 조직은 체내 자연 대사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이 치료법의 핵심은 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고온으로 조직을 태워 없애는 방식과 달리, 히스토트립시는 온도 상승을 억제한 채 순수한 물리적 힘만을 이용한다. 그만큼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의 출발점은 의료 초음파 분야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여겨졌던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이다. 캐비테이션은 압력 변화에 의해 미세 기포가 생성되고 소멸하면서 강력한 충격을 발생시키는 현상으로, 예측이 어렵고 원치 않는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통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종양 파괴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시간대 젠 쉬(Zhen Xu) 연구팀은 고출력 초음파를 매우 짧은 펄스로 조사하고, 펄스 사이 간격을 충분히 두면 기포 붕괴는 유도하면서도 열 축적은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런 조건에서는 충격이 표적 조직에만 집중돼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 간암 치료로 FDA 승인…췌장암까지 확대

이 기술을 실제 의료기기로 구현한 곳이 히스토소닉스(HistoSonics)다. 비침습적 초음파 종양 파괴 기술을 개발해온 의료기기 기업 히스토소닉스는, 이 원리를 적용한 '에디슨(Edison)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에디슨 시스템은 물로 채운 막을 피부에 밀착시킨 뒤 이를 통해 집속 초음파를 체내로 전달하는 구조로, 종양 내부에서 캐비테이션을 유도해 암 조직을 기계적으로 파괴한다. 이 장비는 간 종양 치료 용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일부 의료기관에서 실제 임상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히스토소닉스의 ‘에디슨(Edison)’ 시스템은 물로 채운 막을 통해 집속 초음파를 체내로 전달한다. 종양 내부에서 미세 기포가 생성·붕괴하며 발생한 기계적 충격이 암세포를 파괴해 조직을 액체에 가깝게 만든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yginfographics.com
히스토소닉스의 ‘에디슨(Edison)’ 시스템은 물로 채운 막을 통해 집속 초음파를 체내로 전달한다. 종양 내부에서 미세 기포가 생성·붕괴하며 발생한 기계적 충격이 암세포를 파괴해 조직을 액체에 가깝게 만든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Gyginfographics.com

미국 국립보건원(NIH) 중재적 영상의학 전문의 브래드퍼드 우드(Bradford Wood)는 이 기술을 물리학·생물학·생체의공학이 결합된 치료 시스템으로 평가했다. 설정에 따라 종양 내부를 지나는 혈관이나 섬유성 구조를 남긴 채 치료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히스토트립시의 적용 대상은 간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장암은 물론, 진단 시 이미 진행돼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췌장암으로의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 워싱턴대 초음파 연구자인 타티아나 코크로바(Tatiana Khokhlova)는 집속 초음파로 췌장 깊은 부위의 종양을 파괴하면서도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음을 보여준 초기 임상 결과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독 치료보다는 다른 치료법과의 병용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면역 반응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히스토트립시는 종양을 태우지 않고 부수기 때문에 암 단백질 조각이 체내에 남고, 면역계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해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히스토트립시와 면역치료를 병행했을 때 나타나는 면역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히스토소닉스는 후속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X선을 활용한 새로운 영상 가이던스 시스템과 치료 중 초음파 반사 신호를 분석해 조직 파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피드백 기술 등이 개발 대상이다.

절개도, 열도 없이 종양만을 물리적으로 무너뜨리는 초음파 치료가 암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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