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여당이 야당과 언론계, 시민사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이른바 ‘입틀막법’으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관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이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된 법안을 잇달아 강행하자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고 있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무제한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부칠 수 있어 민주당은 이번에도 정족수를 확보해 필리버스터 24시간이 지난 뒤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위헌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재가 절차만 남게 돼 후폭풍은 고스란히 이재명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필리버스터를 종결한 뒤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소수 정당의 협조를 통해 의결 정족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 유통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단순 오인이나 착오에 따른 허위 정보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해당 법안은 지난 22일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까지 위헌 우려와 표현의 자유 위축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막판까지 수정을 거쳤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단순 오인·착오로 생산된 허위 정보까지 원천적으로 유통 금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판단한 바 있다”며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고,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 직전 ‘손해를 가할 의도’와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요건을 다시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권력 비판을 봉쇄하는 검열 입법”이라고 강력비난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수진 의원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권력을 비판하는 모든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자정 무렵 토론을 마쳤고 이후 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법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전체주의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검열국가 선언’”이라며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같은날 논평에서 “언론 자유를 봉쇄하는 정보통신망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땜질식 수정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설·칼럼·논평까지 반론 보도를 강제하려는 발상은 철회와 함께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위헌적 요소가 더해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도 처리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포함한 표현물에 대해 각종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라며 “이는 곧 공론장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위헌적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이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참여연대는 “과방위 대안을 비롯해 이번 법사위 통과안까지 모두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불명확한 개념과 추상적 공익 개념, 위축 효과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공론장의 토대를 국회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국회가 기어이 위헌적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 국민주권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참여연대를 비롯해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미디어기독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표현의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10개 시민단체는 11월 27일에도 시민사회 입법의견서를 과방위에 전달하며, 해당 법안이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막기보다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여당은 “위헌 소지를 제거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는 “졸속·땜질 입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헌법소원 제기와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논쟁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전방위적인 입법 저지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갈등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내 여야 대치를 넘어 법안을 수용하거나 거부해야 하는 대통령의 판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대통령과 국회’, 나아가 ‘정권과 국민’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앞서 당내 강경한 입법 움직임에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법 통과 이후 불필요한 위헌 논란과 정치적 후폭풍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사법부를 장악했다면 이번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언론까지 손아귀에 쥐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