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창 선운교육문화회관 담마 갤러리에서 개막한 새사랑 동호회 사진전./전경열 기자
고창의 산과 들, 강과 바다를 오가는 새들의 삶을 한자리에 담은 사진전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제3회 고창 새 사랑 동호회 사진전이 '날다·머물다·깃들다'라는 주제로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고창 선운 교육문화회관 담마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는 새들의 순간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풍경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최근 고창 선운교육문화회관 담마 갤러리에서 개막한 새사랑 동호회 사진전./전경열 기자
전시에 참여한 고창 새 사랑 동호회 회원들은 '잘 찍힌 사진'보다 '오래 바라본 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이 새를 카메라에 담는 이유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서식 환경과 행동, 그리고 사라져 가는 풍경 속에서 새들은 자연이 보내는 신호와도 같다는 것이 작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회원들의 촬영은 특별한 일정표 없이 일상 속에서 이어진다. 출근 전 이른 새벽 들판을 찾고, 퇴근 후 해질녘 강가에 머물며, 주말이면 산길과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같은 자리를 여러 번 찾고, 몇 시간씩 기다림을 반복한다. 그렇게 쌓인 시간 속에서 새는 피사체가 아닌, 함께 숨 쉬는 존재가 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먹이를 찾는 집중된 눈빛, 날아오르기 직전의 긴장감,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의 미세한 떨림까지. 짧은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흐름과 삶의 리듬이 담겨 있다.
관람객은 사진 앞에서 자연스레 발걸음을 늦추게 된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기교보다 담담한 시선이 돋보인다. 자연을 소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새를 향한 애정과 자연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담겨 있으며, 설명 없이도 충분한 이야기를 건넨다.
장용균 고창 새 사랑 동호회장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만난 고창의 새들이 관람객의 마음에도 잠시 머물렀으면 한다"며 "이 전시가 자연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속 새들은 그렇게 날아와 머물고, 조용히 사람들의 일상에 깃들고 있다.
고창=전경열 기자 jgy367122@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