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한국과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논의를 위한 비공개 만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우 전쟁이 조만간 종식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대화 재개 추진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관련 사실이 공개된 뒤 북한을 의식한 듯 이를 부인하면서 학계 인사들간 교류였다는 입장을 냈다.
러시아, 韓 접촉…우크라전 '종전'하면 정세 바뀐다
최근 외교부 북핵 관련 담당자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공개로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부 북핵담당특임대사 등 러시아의 북핵 당국자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9월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제외하면 양국의 북핵 당국자가 만난 건 지난해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러관계가 크게 악화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비공개 회동 특성상 세부적인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내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관련 내용이 다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며 뒷배 구실을 하고 있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러시아 변수'가 결정적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영토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뜻이 맞지 않아 최종 합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은 상태지만, 전쟁 당사국들과 미국 간에 종전 논의가 오가기 시작한 만큼 실제 종전이 가시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러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의중은 지난 19일 외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반영됐다.
외교부는 보고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 가능성과 관련한 우리 국익 증진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종전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한러 관계 복원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 관련 러측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하겠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러 협력 중단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 경주"하겠다고도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 것인가, 종전이 되면 뭘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러 외무부 "한·러 비밀협의설 부인…"학술 초청 일정일 뿐"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의식한 듯 "러시아와 북한 사이 불신을 조장하려는 시도"라며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성명에서 "러시아는 한국과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안도 논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언명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외교부 대표단의 모스크바 방문과 관련해 "러시아 학계의 초청으로 업무 방문을 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이 이를 러시아와 한국 외교부 간 공식 회담으로 조악하게 포장해 러시아와 북한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에 대해 "우리 입장은 일관되고 원칙적이며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는 2024년 6월 체결한 러시아·북한 간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대북 관계 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헛수고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中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역할 할 것"
중국 정부는 최근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반도(한반도) 문제에서의 입장과 정책은 시종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반도의 평화·안정 수호와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동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작년 3월 왕이 외교부장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만 해도 '한반도 문제의 처방전'으로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확인하는 등 '비핵화' 입장을 천명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입장·정책의 연속성·안정성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중국 외교부의 답변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1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남북관계 완화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제시했냐는 러시아 관영매체의 질의 이후 나온 것이다.
한편,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18일 베이징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과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한중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비롯한 지역·국제 정세를 논의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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