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국내 한의 의료 시장을 IT 플랫폼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벤처캐피털(VC) 업계의 대규모 선택을 받았다.
한의 의료 통합 운영 플랫폼 기업 인티그레이션(대표 정희범)이 알토스벤처스의 리드로 TBT 등이 참여한 가운데 총 275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2019년 설립 이후 한의계의 '디지털 신경망' 역할을 자처해온 이 회사는 이번 실탄 확보를 통해 한의 인프라 선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국내 한의원 및 한방병원 시장은 연간 환자 방문 수 9,600만 건, 약 8조 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 의료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약 1만 5,000개에 달하는 한의원 대부분이 개인 운영 형태에 머물러 있어, 유통이나 마케팅, 환자 관리 같은 비진료 업무 효율이 낮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정희범 대표가 창업한 인티그레이션은 이 지점을 공략했다. 한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트림’을 통해 국내 등록 한의사의 85%가 넘는 2만 3,700여 명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압도적인 사용자 점유율은 곧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정보 공유를 넘어 의료기기 및 소모품 유통을 담당하는 커머스, 전자의무기록(EMR) 및 고객관리(CRM) 프로그램 개발로 영역을 넓히며 한의원 경영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티그레이션의 성장세는 숫자로 증명된다. 지난해 매출 45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3%라는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수(SU)’, ‘린다이어트’, ‘아큐렉스’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신뢰도 높은 한약재와 건강기능식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모델이 안착했다는 평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글로벌 시장의 우호적인 분위기다. 미국 한방 의약품 시장이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최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기반 한의학 스튜디오 ‘위딘(WTHN)’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자본의 시선이 웰니스 산업으로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공식화하며 국가적 위상 강화에 나선 점도 인티그레이션에는 호재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한의원마다 처방과 진료 방식이 상이한 '개별성'이 강한 한의계 특성상, 플랫폼을 통한 표준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조화롭게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의학(TCM)과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희범 대표는 "이번 투자의 미션은 한의사들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화된 한방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것"이라며 "한의계 인프라를 상향 평준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라운드를 주도한 알토스벤처스 측은 "인티그레이션은 독보적인 커뮤니티 장악력과 브랜드 창출력을 동시에 갖춘 드문 사례"라며 "한의사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팀의 역량과 정 대표의 리더십을 신뢰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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