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ICK+] “헌신을 제도 성과로 포장 말아야”···‘학맞통’ 시행 앞두고 ‘신중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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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PICK+] “헌신을 제도 성과로 포장 말아야”···‘학맞통’ 시행 앞두고 ‘신중론’ 확산

투데이코리아 2025-12-24 11:1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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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유진 기자 | “교사의 헌신을 제도 성과처럼 보는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경기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A씨는 학생맞춤통합지원사업(이하 학맞통)에 대해 묻는 투데이코리아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학맞통’ 취지 자체에는 현직 교사로서 깊이 공감한다”며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복지를 제공하고 정서·심리적 어려움까지 함께 살피겠다는 방향은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접근”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교사가 학생 가정을 방문해 식사를 챙기거나 일상생활 전반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이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방식에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사례가 공식적으로 제시된 순간, 그것은 개인 교사의 자발적 선택이나 헌신을 넘어 모든 교사에게 암묵적인 기준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의무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될 예정인 ‘학맞통’은 기초학력 미달이나 경제적·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지원하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관련 법률 제정 당시 교육계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학교 시범사업 과정에서 ‘학부모에게 대출 제도를 안내한 사례’, ‘학생 등교 전 아침 식사를 마련해 준 사례’, ‘학생 집을 방문해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은 사례’ 등이 ‘학맞통’ 우수 사례로 공유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현행 ‘학맞통’ 법안이 수정 없이 시행될 경우, 학교가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 복지 제공 기능에 치우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학맞통’이 곧바로 시행되는데 고교학점제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많이 우려스럽다”며 “교육부 정책을 보면 선 조치·선 시행하고 난 이후에 후 수습을 하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함에도 정부와 국회가 모든 제도를 교사 개인의 희생으로 운영하려는 것 같다”며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충분한 예산과 인력, 시스템으로 제도가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학교는 학생 발굴과 모니터링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교육지원청과 지원센터는 전문적 지원 방안 마련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졸속 추진으로 제도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길을 멈추고 학생과 교사를 진정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맞통’ 제도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여러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교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법의 본래 취지는 교사 개인이 학생 지원을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습·복지·건강·진로 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한 지원을 관계 기관이 협력하도록 구조화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자는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범학교 우수 사례 발표 과정에서 교사의 헌신과 희생을 전제로 한 활동이 강조되면서, 현장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는데, 1월 예정된 전국 교육장 연수에서 현장에서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교육계는 학맞통의 업무 범위와 담당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서둘러 시행하기보다, 충분한 준비를 거친 뒤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학교 현장에는 이미 사제동행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드러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섞어 운영해 온 프로그램들이 존재해 왔다”며 “이는 특정 학생이 ‘지원 대상’으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적 배려였다”고 운을 뗐다.
 
반면 “‘학맞통’ 우수 사례처럼 지원 방식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해당 학생은 자신의 상황이 드러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창피함이나 위축감으로 인해 학교에 나오기조차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며 “지원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학생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을 돕겠다는 명분 아래 교사의 역할 경계를 흐리고, 개인의 헌신을 제도의 성과처럼 제시하는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며 “‘학맞통’은 교사의 소진 위에서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보다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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