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쏠림 심화…주택시장 위험지수,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

[사진=연합뉴스]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과 쏠림 현상이 다시 한 번 경고등을 켰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금융·실물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은행의 주택시장 관련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부동산 과열기였던 2020년 8월의 고점(43.2%)을 넘어선 수치로, 전국 주택자산이 서울에 더욱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올해 3분기 기준 0.90까지 상승했다. 해당 지표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격 상승 속도와 자산 집중, 금융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서울 주택시장이 구조적으로 상당한 위험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서울 아파트 자산 규모가 실물경제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서울 지역총생산(GRDP)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도 최고 기록에 해당하며, 부동산 자산 가치가 지역 경제 생산 능력을 크게 상회하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역 간 양극화 심화'를 꼽았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는 인구 이동, 투자 수요, 기대 심리 등이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과 맞물리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또 다른 변화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다. 최근 들어 월세 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9월과 10월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를 웃돌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 사기 우려, 보증금 반환 리스크,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는 데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주거비 부담을 키워 취약계층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고정적인 월세 지출이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줄고, 이는 내수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간의 관계 변화다. 이전에는 집값이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억제되고 있음에도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기대 심리 지속, 자기자본을 활용한 매입 증가 등 비대출 요인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산 가격 왜곡과 세대 간 자산 격차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주거 이동성과 사회적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