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값 따로, 빨대는 요청…오락가락 일회용품 규제, 현장선 '한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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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값 따로, 빨대는 요청…오락가락 일회용품 규제, 현장선 '한숨뿐'

르데스크 2025-12-24 11:00: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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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뒤집히는 탈(脫)플라스틱 정책이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혼란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취지보다 '일관성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고,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갈 경우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플라스틱·종이 등 재질을 불문하고 빨대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됐다. 빨대는 노약자나 어린이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 시 제공하고 픽업대에 자유롭게 비치하는 행위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 컵 사용을 유도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자영업자들과 매번 달라지는 규칙을 따라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환경 보호보다 혼란만 키운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또 바뀌나"…정권 따라 뒤집힌 탈플라스틱 정책의 후유증

 

탈플라스틱 정책을 둘러싼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표적인 사례다.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갈 경우 보증금 300원을 받고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이를 돌려주는 제도로 2022년 6월 전국 시행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 반발을 이유로 시행 직전 유예됐고 결국 세종시와 제주도에만 제한 적용되는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 제도는 전국 확대가 사실상 중단되며 유명무실해졌다. 대신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전면 금지 정책이 추진됐다. 2022년 11월부터 1년의 계도 기간을 둔 뒤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계도 기간 종료 시점인 2023년 11월 이를 무기한 연장하면서 정책은 다시 뒤집혔다. 현장에서는 금지인지 권장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 오는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갈 경우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예정이며 빨대 역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은 현재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돼 있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르데스크

  

그 사이 자영업자와 제조업체들은 정책 변화에 맞춰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종이 빨대나 식물성 플라스틱 빨대로 설비를 전환했던 제조업체 상당수는 정책 번복 이후 매출 급감과 폐업을 겪었다. 카페들은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감수하면서도 정책 변화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재고를 떠안아야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31·남)는 "2022년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치우라고 해서 종이 빨대를 샀고 종이 빨대가 욕을 먹자 식물성 빨대로 바꿨다"며 "이제는 아예 빨대를 주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그동안 쓴 비용이 다 허공으로 날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이 이렇게 자주 바뀌면 다음에는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오락가락 정책은 현장 갈등도 키우고 있다.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빨대를 요청한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을 구분해 응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버블티나 아이스 음료처럼 빨대 없이는 마시기 힘든 메뉴가 많은 상황에서 빨대 제공 여부를 둘러싼 실랑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정책을 가만히 두는 게 오히려 지원" "환경 보호는 필요하지만 실험은 책상 위에서만 하는 것 같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한 평가나 보완 없이 새로운 규제가 반복되면서 현장의 피로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컵값·빨대값 결국 비용 부담만 증가…소비자 "사실상 커피값 인상"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일회용 컵 유상 제공 방안 역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갈 경우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폐지하고 컵을 사서 쓰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카페 음료 가격에는 컵·뚜껑·빨대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저가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판매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가격에는 일회용 컵 비용이 포함돼 있다. 정책 취지대로라면 음료 가격을 1800원으로 낮추고 컵값 200원을 별도로 받아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가격에 컵값만 추가로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일회용 컵에 담겨져 있는 음료의 모습. ⓒ르데스크

  

직장인 김기범 씨(27·남)는 "환경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결국 소비자가 더 내는 구조로 느껴진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무엇이 기준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서은 씨(28·여)도 "200원을 따로 받으면 체감상 커피값이 오른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미 커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물가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민영 씨(32·여)는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매장 이용이 없다는 이유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컵값을 따로 받으면 오히려 손님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컵값을 받는다는 설명을 매번 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결국 커피값이 오른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보증금제는 최소한 회수를 통해 재활용을 유도하는 구조였지만 유상 제공 방식은 컵을 반납해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결국 컵을 사서 쓰고 버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 플라스틱 소비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잦은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교체 때마다 에너지나 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정치적 쟁점과 얽히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의 방향성이 옳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관료들 역시 국민이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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