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 역사에 처음으로 ‘전기비행기’가 공식 기록됐다. 주인공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스타트업 토프모빌리티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전기비행기 초도 안전성 인증을 획득하며, 전기 기반 항공기의 제도권 진입을 현실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항공운송사업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6년 동안 내연기관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전기비행기가 정부의 안전성 검증을 통과해 공식 인증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전역을 놓고 봐도 동일한 인증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성과는 기술적 의미를 넘어 제도·산업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토프모빌리티는 2024년 4월 전기비행기를 도입한 이후 약 1년에 걸쳐 시험비행, 안전성 검증, 국토교통부의 규제 검토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왔다. 항공안전기술원의 기술 검증과 관련 기관 협의를 거쳐 초도 인증을 마무리하면서, 전기비행기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준을 처음으로 통과한 셈이다.
특히 이번 인증은 대기업이나 국책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 스타트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이 기체 개발과 규제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전기비행기 영역에서 먼저 성과가 나온 점도 대비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미래항공이 반드시 대규모 기체나 도심 노선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토프모빌리티는 전기비행기 운용 과정에서 축적한 비행 데이터 관리, 배터리 상태 모니터링, 안전성 관리 체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단순 기체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항을 전제로 한 운영 역량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기비행기의 항속거리와 기상 대응력, 상업 운항 시 수익성 등은 향후 시장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회사는 이번 인증을 기반으로 전기비행기 관광 서비스, 항공레저스포츠 조종사 과정, AAM 기반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등 상용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9인승 전기비행기 도입, 전기비행기 전용 비행장과 AAM 허브 구축, AI 기반 배터리 운항 효율 플랫폼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전기항공 인프라의 범위도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찬영 토프모빌리티 대표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처음 이뤄진 이번 인증은 전기비행기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기술원, 한국항공대학교 등 관계 기관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상용화 기준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국내 미래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기비행기는 탄소 배출 저감과 소음 감소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제도와 시장이 동시에 따라와야 한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토프모빌리티의 이번 인증은 그 출발선에 불과하다. 다만 76년간 이어진 국내 항공사의 공백을 처음으로 메운 사례라는 점에서, 전기비행기가 한국 항공산업의 다음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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