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노인일자리사업 '스시은'…임시운영 한달 포장주문·예약 쇄도
'개업 멤버' 어르신 20명, 오늘 정식오픈…"경제적 도움에 삶의 리듬도 회복"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포장 3개 더 들어왔어요!"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찾은 울산시청 근처의 한 초밥 전문점 '스시은(銀)'.
점심 영업을 한 시간가량 앞둔 시간이었지만 주방은 이미 분주했다.
청년 셰프 한 명이 초밥을 쥐는 사이 그 옆에서는 5명가량의 어르신이 김밥을 썰고, 죽과 우동 고명을 준비했다.
홀에서는 또 다른 어르신 3명 정도가 테이블마다 수저와 기본 반찬을 놓으며 손발을 맞췄다.
이곳은 울산시 남구가 만들고 남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전국 최초 노인 일자리 초밥 전문점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청년 셰프 1명과 어르신 20명이 '개업 멤버'로 참여해 매장을 꾸리고 있다.
어르신들은 주방 내 우동 파트와 홀서빙, 포장 업무를 맡고, 청년 장인은 초밥 제조와 메뉴 개발, 마케팅을 전담한다.
메뉴는 모둠 스시, 우동, 주먹밥 등으로 구성됐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모둠 스시에 제공하는 에피타이저를 매주 바꿔 다채로움을 더했다.
개장한 지 한 달 남짓 된 임시 운영 기간이지만, 가게는 이미 점심시간마다 예약이 꽉 차는 등 성업을 이루고 있다.
식당 내부에 놓인 테이블 10개에는 모두 '예약석' 표지가 붙어 있었고, 카운터 옆 화이트보드는 예약자 명단으로 빽빽했다.
주변 관공서 직원들 사이에서 "싸고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직 점심 장사만 하는데도 벌써 하루 방문객이 70명에 달한다고 한다.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에도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리며 포장 주문이 잇따랐다.
이곳의 강점은 '신선한 재료'와 '수작업'이다.
청년 셰프는 아침 일찍 농수산물시장에 들러 그날 초밥에 쓸 싱싱한 횟감을 떼오고, 어르신들은 죽에 넣을 게살이나 모둠 초밥용 계란말이 등을 직접 요리한다.
어르신들이 지닌 '생활의 지혜'가 메뉴에 녹아들기도 한다.
한 시니어 직원은 "채소를 우린 채수로 우동 육수를 내는 건 우리 아이디어"라며 "손님들이 우동 국물 맛이 좋다고 많이들 칭찬해주신다"고 전했다.
직원 대부분이 어르신이지만 위생 관리는 더 엄격하다.
한 직원은 "위생 기준을 어기면 바로 지적이 들어온다"며 "그만큼 손님들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장 운영에 참여하는 시니어 직원들은 월 62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다만 어르신들은 급여보다도 일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 정모(68) 씨는 "집에만 있을 때와는 달리 활기차게 일하면서 스스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리가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보람이 크다"고 웃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고, 그곳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미"라며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삶의 리듬을 되찾게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관 '공동체 사업단 초기 투자비 지원 공모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스시은은 24일 정식 개업했다.
남구 관계자는 "스시은이 주민들에게 맛과 의미를 함께 전하는 새로운 세대 공감형 외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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