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기업 아머드프레시가 보리를 커피 원두처럼 가공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직접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차(Tea) 추출 방식에 머물렀던 기존 대체커피 시장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아머드프레시(대표 오경아)는 24일 보리를 원두 형태로 가공하는 독자 기술 ‘보리원두화(Barley Beanfication™)’ 개발을 완료하고,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자사 팩토리에 양산 설비 구축을 마쳤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제로카페인 에스프레소를 구현하는 새로운 커피 카테고리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아머드프레시 내부 보리커피 사업팀이 주도했다. 해당 조직은 기존 카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원료 기반 커피 기술 개발과 함께 상업적 양산, 글로벌 확장을 담당한다. 단순한 콘셉트 제안이 아니라 실제 시장 투입을 전제로 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실험 단계의 대체식품과는 구분된다.
보리원두화 기술의 핵심은 ‘보리를 커피처럼 다루는 방식’이다. 기존 대체커피 제품 상당수가 티백이나 침출 방식에 머물렀다면, 아머드프레시는 보리를 아라비카·로부스타와 동일한 관점에서 원두로 정의했다. 커피와 유사한 공정을 적용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실시간 추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바디감과 크레마 형성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은 총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전분 함량과 입자 크기, 당화 특성을 기준으로 프리미엄 보리를 선별하고 커핑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고온 배전과 수분 조절, 당화 반응을 조합한 로스팅 공정을 통해 풍미를 끌어올린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커피 원두와 동일한 수준인 200~600마이크로미터 입도로 정밀 분쇄하고, 수분 흡착 방지 처리와 미분 비율 제어를 통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크레마가 형성되도록 설계했다.
완성된 보리원두는 단일 원두로 사용할 수 있고, 에티오피아·콜롬비아·브라질 등 기존 커피 원두와 블렌딩해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페인이 전혀 없는 점은 분명한 차별 요소다.
아머드프레시는 부천 팩토리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생산 체계를 가동하고, 자사 보리커피 브랜드 ‘맨해튼 로스트앤코 발리커피’에 원두 공급을 시작한다. 서울 마곡 플래그십 스토어를 출발점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도 검토 중이다. 동시에 RTD 커피, 캡슐커피, 스틱커피 등 리테일 제품과 B2B 원두 공급으로 유통 채널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시장 반응은 아직 검증 단계다. 제로카페인 에스프레소라는 개념이 소비자 경험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다만 기존 커피 머신과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카페 운영자와 유통 파트너 입장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소로 평가된다.
현정운 아머드프레시 보리커피 사업팀 이사는 “보리원두화 기술은 보리를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이은 또 하나의 원두로 정립하려는 시도”라며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나 임산부, 수험생처럼 커피 선택이 제한적이었던 층에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머드프레시는 커피, 단백질, 유제품 등 일상 소비 식품을 대상으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대체 원료 기술을 개발해온 푸드테크 기업이다. 2022년 CES 참가를 계기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으며, 현재 북미를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1,500개 이상의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상업적 생산과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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