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세력이 집중되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뉘는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4일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Nine for 2026: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년간 유지돼온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내년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 중심 질서의 재편이 이뤄지면서 기회와 위험이 동시 출현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올해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제약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제조업 리쇼어링, 약가 압박, 규제 개혁,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투명성 강화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에 대한 제조업 투자가 급증했다.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70%가 미국 제조시설 투자를 공약했으며, 트럼프 취임 이후 누적 공약액은 약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투자는 급증한 반면, 중국, 아시아, 유럽, 중남미 투자는 정체됐다.
다만 발표된 투자 중 상당부분이 기존 계획의 재포장이거나 대외적으로 정책적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MFN(최혜국 대우) 가격 정책은 글로벌 가격 균형을 재조정하고 있다. 영국과의 제로 관세 협상은 미국 외 국가들에 가격 상향 압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참조가격 시스템 운영 국가들의 프레임워크 재협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약 혁신 생태계의 위험 신호도 포착됐다. 내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안에는 전년 대비39% 감축(약 180억 달러)한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mRNA 기술 관련 약 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종료되고, 관련 그랜트(연구비 지원프로그램) 3억5000만 달러 이상이 취소됐다.
보고서는 "2010~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 356개 중 354개가 NIH 지원을 받았다는 연구를 고려하면, 10년 후 파이프라인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임상시험 개시 수에서 미국을 추월하며 혁신 생태계에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임상시험 개시 수는 미국을 추월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 기업은 48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2024년 전체 파트너십에 대비해서도 8% 증가한 수치다.
인도 역시 제조 허브를 넘어 '혁신 허브'로 전환 중이다. 2019~2024년 동안 임상시험 점유율변화는 인도 109%p 증가, 중국 28%p 증가, 미국 1%p 증가, 유럽4개국 12%p 감소, 영국40%p 감소, 일본 53%p 감소를 보여준다. 임상시험 수행의 무게 중심이 전통 선진국에서 인도·중국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보고서는 "미국 중심 질서의 재편과 중국·인도의 혁신 허브 부상으로 대표되는 다극화, 의료인(HCP) 인게이지먼트와 임상개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AI의 확산 등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힘"이라며 "제약바이오 기업은 변화의 방향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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