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40,50,60대) 자유인(백수?). 전쟁터(회사)보다 더 한 지옥(세상) 버티기 ‘코알라(Koala)’(35).
뭐든 시도, 금새 좌절. 닥치고 책 읽기. ‘가슐랭’ 한끼. 혹시나 재테크 도전. 역시나 폭망(-).
코알라, 좌충우돌 삶의 현장. 오늘은 뭐 할까?
# 명함이 많다? 현직이면 부럽다. 본업에 자문위원회 등 여기저기 공식적인 위원 자리 등. 현재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커리어에 살을 찌우며, 다양한 전문가와 만나서다. 명함이 많아도 현직은 직장 이름표 하나만 갖고 다닌다. 그거로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서다.
456 자유인은 어떨까. 어제 저녁, 술 자리에서 70대 선배가 지갑 안에서 족히 5개가 넘는 명함을 보여줬다. A대학 객원교수, B대학 특임교수, C연합회 부회장, D위원회 위원 등등. 누구를 새로 소개받을 때마다 어떤 명함을 내밀지 고민이란다. 어느 명함도 자신을 설명하기가 애매하단다. “몸과 맘은 바쁜 데, 모두 비상근 자리라 늘 허전해. 뚜렷한 본업을 찾고 싶은데, 쉽지는 않고. 수입도 월 1회 회의비 등 용돈 벌이 수준. 지방 등 전국을 돌아 다니고, 품위 유지비로 쓰면 끝. 그래도 일이 있는 거에 감사.” 옆 자리에 있던 60대 선배가 소주 한 잔을 비우며 우러러 본다. “형은 대단해요. 여전히 누군가 찾아주니. 저는 뭐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네요.”
술을 건네는 코알라도 70대 선배가 존경스럽다. 다만 456 자유인 시절은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 명함 하나 없어도, ‘죽기 전에 그 시기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1순위는 몸과 맘의 힐링healing(치유). 누구에게나 시간Time, 출생Birth, 사망Death은 평등하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등과 무관. 절대적 또는 상대적 운명(행운)이라 할까. 특히 죽음(생애)은 예측할 수 없다. 코알라는 60대 중반까지는 인생 처음으로 좀 힐링 좀 하고 싶다. 물론 원하는 본업이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생활비 못지않게 건강보험도 필요하니… 욕심이 과한가. 그럼, 힐링 하나만이라도 열심?
# 오늘 오전, 가을 (9월 중순)에, 집 베란다 한 구석에 처박아 놓은 가습기 찾기에 진땀을 흘렸다. 워낙 이것저것 쑤셔 박아, 깊숙이 방치된 가습기를 겨우 꺼냈다. 언제부턴가, 밤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증세에 잠을 설쳐서다. 특히 발과 다리, 종아리, 허벅지 부위가 더 그렇다. 456 자유인, 나이가 들면서 노화의 표식?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전문가(의사) 얘기들을 찾아봤다. 피부가 건조해졌단다. 겨울에는 폐쇄된 실내 온도가 난방으로 올라가고, 날씨는 차가우면서 건조해서다. 또 뜨거운(40℃ 이상) 물로 샤워하면, 피부 보호막(피지막/유분)도 손상을 입는다. 나이가 들면 피부도 천연보습인자(NMF)가 줄어드는 노화 현상까지 겹친다. 피지 분비가 많지 않은 다리 부위가 특히 심하다. 가렵다고 무작정 긁으면 피부염 등 더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몇 가지 해결책이 눈에 띄었다. 물은 자주 마시고, 샤워는 미지근한(37℃ 내외) 물로 10분 이내 짧게 하며, 건조한 피부에 보습 크림도 바른다. 면100% 속옷을 입고, 실내 습도도 높여야 한다. 오늘부터 실천 시도다. 코알라는 추위를 유독 많이 타서, 따끈한 바닥에 눕기를 좋아한다. 난방 온도를 늘 높게 유지한다. 결국 가습기를 다시 꺼내 실내 습도를 높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컴퓨터 책상이 있는 작은 방에 가습기를 오후 내내 틀었다. 물기를 품은 흰 안개가 뿜어져 나와, 온 방안에 퍼졌다. 그 모습만 봐도 가려움이 사라지는 기분. 정신 치유, 플라시보Placebo 효과?
# 어제 드디어 도서관(예약 대기)에서 받은, (한강) ‘소년이 온다’. 오늘 오전에 큰 마음 먹고, 읽던 다른 에세이 책들을 제쳐 놓고, 첫 한강 소설을 펼쳤다. 근데, (64쪽) 두 장(챕터Chapter)만을 겨우 넘기고 멈췄다. ‘1장 어린 새 (동호), 2장 검은 숨 (정대)’ 현재 시점의 다큐멘터리 영상, 사진들을 보듯, 너무나 사실적이고 눈에 선한 장면들. 가슴이 먹먹해져 더는 책을 열 수 없었다. 가습기의 뿌연 안개가 눈 안으로 스며들었다. 서울 촌놈에게는 덤덤한, 남의 나라 역사로 거리를 두었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어렴풋하게 기억 저 너머로 밀어 놓았던, 다른 이들의 역사로 치부를 했던 그 시절. 한강은 마음이 시리도록 아픈 장면들을 눈 앞에 보이게 했다. 잊지 말라고..
노벨문학상 한강의 책들은 최근에는 도서관에 늘 대출 중. 대기 예약 끝에 겨우 첫 책으로 읽기 시작한 ‘소년이 온다’(2014년). 문장마다 절절한 표현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멈칫. 뭉클하면서도 죄스러움. ‘소년이 온다’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당장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에세이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마음이 가라 앉으면, 다시 한강의 책을 조심스럽게 열련다.
한강 대표작들은 10여 년 전에 발간. 표지와 책장들이 누렇게 변색된, 책장을 넘긴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양새. 노벨상 수상만 아니었어도, 인기 도서는 아니었을? 이제 한강 책들은 도서 대기 예약 명단에 올려도, 순서는 한참 걸린다. 다행이다. 명작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2007년), ‘바람이 분다, 가라’(2010년), ‘희랍어 시간’(2011년), ‘흰’(2016년) 등. 한강 소설을 읽기 전에 인터넷에서 시를 먼저 접했다. (코알라 시리즈 33) ‘괜찮아’. 섬세하고 연약하면서도 아픈 여성적 감정 표현. ‘왜 그래’가 아닌 ‘괜찮아’ 인생을 살자.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 아파서도 아니고 / 아무 이유 없이 /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 나는 두 팔로 껴안고 /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 왜 그래 / 왜 그래 / 왜 그래 / … / 그러던 어느 날 / 문득 말했다 /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 괜찮아 / 괜찮아 / 괜찮아 / 거짓말처럼 / 아이의 눈물이 그치진 않았지만 / 누그러진 건 오히려 /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 어떻게 해야 하는지 / … / 괜찮아 / 왜 그래, 가 아니라 / 괜찮아
◇ [극강(?)의 가슐랭 밀집, 낙원동+탑골공원] … 모든 세대가 만나는 골목길 문화
오늘 저녁 모임. 6시30분 만남. 조금 이른 5시50분, 종로3가역 도착. 낙원동 골목길을 둘러보려… 가끔 약속 장소로 잡는 길이라 낯설지는 않지만… ‘최강 가성비 노포老鋪(오래된 가게)들이 몰려 있다는 얘기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관심 폭발. 특히 어르신들의 성지 ‘탑골공원’ 뒷골목이라 가격이 최우선 기준. 외관이라도 보려고 찾았다. 자유인(백수?)이라도, 여러 지인과의 식사 자리는 ‘가슐랭’을 뛰어넘는 최저가(?) 식당은 피한다. 오늘도 만남의 장소는 적당한 가성비 맛집 ‘낙원집’. 막걸리(5000원)에 생대구탕(15000원), 오징어볶음(20000원)을 곁들이면 좋다.
탑골공원. 원각사지 3층 석탑이 있어 붙여진 이름’. 탑의 영어 발음 ‘파고다Pagod 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1919년 3.1 만세 운동의 시발지로도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어르신 쉼터로 바뀌며, 공원 뒷길 낙원동 쪽은 낮에는 7080대 노인으로 북적거린다. 작은 길 건너편 쪽의, 익선동 길은 젊은이의 야장(밤 장사)과 외국 관광객의 투어 코스. 이처럼 종로3가역 인근 길가는 오묘한 복합 문화지대. 20대~80대 전현직 세대는 물론 외국인들이 시간대별 공존하는 핫플레이스. 탑골공원과 종묘로 낮에는 실버Silver 천국. 다양한 음식 문화로 낮과 저녁에는 외국인 세상. 밤에는 ‘갈매기살구이’ ‘치맥’ ‘포차’ 문화의 젊음Young 해방구.
극강 가성비 노포는 어떨까. 코알라가 아직까지 끼니를 해결한 적은 없지만… 3000원짜리 우거지해장국의 ‘소문난집’. 고故 송해 선생의 단골식당으로도 유명. 멸치국수가 3500원인 ‘낙원멸치국수’, 5000원으로 칼국수를 먹는 ‘탑골칼국수’, 설렁탕을 7000원에 맛보는 ‘유진식당’.
골목길에는 노포 이발소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코알라가 발모 효과에 헤어 스타일을 다시 고민하면서 어디든 눈길을 끄는 가게가 미용실과 이발소의 가격. 아내가 다니는 단골 미용실의 커트 비용은 15000원.) 탑골공원 주변에 몰려 있는 이발소들 간판. ‘파크이발’, ‘장수이용원’, ‘낙원이발관’ 등등. 이발(6000원), 염색(6000원) 등 가격 표시 당당하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456 자유인 코알라. 여기 저기 기웃대는 프리랜서. 발 가는 대로, 생각 나는 대로, 좌충우돌 삶을 즐기는 ‘대충아재’. 수요일마다 하루 살이 만나요. 코알라(하양 푸들) 함께 영원히 … 456 자유인들에게 맘과 몸에 도움을…
#40대50대60대 #한강 작가 #소년 #채식주의 #바람 #희랍어 #피부 #가려움 #건조 #가습 #명함 #노화 #은퇴 #노인 #탑골 #파고다 #낙원동 #익선동 #노포 #국밥 #국수 #가성비 #이발소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