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라포엠, 5년간 성장 비결은 남다른 팀워크

(유채훈)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잉크.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민성) 싱글브레스티드 재킷, 베스트, 니트 베스트,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최성훈)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톱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텀싱어 3〉에서 우승하고 〈에스콰이어〉와 인터뷰했던 게 벌써 5년 전이네요. 돌이켜봤을 때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최성훈(이하 최) 라포엠의 이름으로 앨범들이 나왔다는 게 저한텐 가장 의미가 깊어요. 공연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고요.

유채훈(이하 유) 이렇게 5년 만에 다시 〈에스콰이어〉와 촬영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져요.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이 해체되거나 대중에게 잊히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오늘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5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정민성(이하 정) 꾸준한 사랑의 비결은 꾸준한 활동이 아닐까요?(웃음) 저희 팀은 5년 동안 공백기 없이 쭉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유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끼리 점점 더 돈독해지는 것도 분명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요즘은 유튜브나 SNS로도 노출이 많이 되는데, 저희끼리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팬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서로 친하지 않으면 노래를 할 때도 조화롭기 어려워요.

라포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5년 전 발표한 ‘눈부신 밤’이던데 그 이유가 뭘까요?

유〈팬텀싱어 3〉 우승 직후에 발표한 저희의 첫 앨범이라 그런 것 같아요. 방송 후에 저희가 어떤 음악을 선보일 지 기대해준 팬들이 많았으니까요. 첫 앨범이라 멤버들끼리도 기대가 컸고요. 특정 시즌마다 인기를 끄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라뷰(라포엠의 팬덤명)분들이 라포엠의 기념일마다 ‘눈부신 밤’을 다시 찾아 듣는 것도 높은 조회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정 콘서트를 할 때 유독 ‘눈부신 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결국 가수는 자기 노래를 부를 때 제일 빛이 나니까요.

예전 인터뷰에선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팀워크를 끈끈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지금도 그런가요?

최 초창기엔 그랬어요.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알아가는 단계였죠. 하지만 지금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계까지 왔어요. 이젠 친해지려고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사이예요.

유 오죽하면 제가 “그냥 같이 살까?”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합숙을 하는 식으로요. 서로 각자 살고 있는 방의 월세를 모으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거든요.

정 이 말에 혹해서 정말 같이 살 뻔했어요.(웃음)

라포엠 말고도 멤버 각자 개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채훈 씨는 사진전을 열었고, 성훈 씨는 최근 솔로 콘서트 매진을 기록했고, 민성 씨는 첫 독창회 무대에 섰으니까요. 개인 활동도 장려하는 편인가요?

최 팀으로 활동하는 것만큼이나 개인 활동도 중요하다고 봐요. 팀 무대이건 개인 무대이건 모든 걸 쏟아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잘됐으면 하는 마음밖엔 없어요. 뭔가 큰 도움을 주긴 어렵지만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식이죠.

정 솔직히 예전부터 독창회를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그때 형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얼마 전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 삽입된 라포엠의 ‘You raise me up’이 화제가 됐어요. 김 부장이 처한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요.

유 저희가 잘 불러서라기보단 노래 자체가 명곡이라 많은 분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종종 드라마 OST에 참여했는데, 클래식에 기반한 저희의 창법이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분들과 다르게 들리는 매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You raise me up’을 부를 땐 기도하는 마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파트를 나눌 땐 어떤 식으로 조율해요?

최 서로 멋진 파트를 맡고 싶어서 다툴 거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많던데, 저희는 서로 양보하기 바빠요.(웃음) “여긴 누가 봐도 네 파트인데?”라면서요.

정 옆에서 보면 하기 싫어서 떠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진심으로 이 부분은 저보다 형들이 잘할 것 같아서 그렇죠.

유 게다가 저희는 서로 화음을 넣다 보니 파트를 나눌 때 토론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You raise me up’도 그렇지만, 〈불후의 명곡〉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 나갈 때마다 라포엠 스타일에 맞게 편곡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잖아요.

최 진짜 어려워요. 원곡이 가진 요소를 존중하면서도 저희만의 색깔을 넣어야 하니까요. 화려함을 강조할지, 하모니를 강조할지 결정하는 것도 힘들죠. 게다가 저희는 각자 목소리 톤이 다르기 때문에 혼자 부를 때보다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더 많아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경우도 있어요.

정 편곡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그걸 믿고 나아가는 것도 중요해요. 그게 매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유 그러면서 저희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곡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웠죠. 방송이 아니었다면 시도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경험한 것도 좋았어요. 예를 들면 트로트 곡이 그렇죠. 박자감은 물론이고 트로트가 지닌 특유의 쫀득한 맛을 라포엠 스타일대로 살리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싱글브레스티드 재킷, 베스트, 니트 베스트,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곡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뭐예요?

최 부활 선배님들의 ‘네버 엔딩 스토리’요. 그때 약 2년 만에 다시 방송에 나가서 부른 곡이었는데, 그 곡으로 우승까지 했어요. 지금까지도 공연이나 행사에 가면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불러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고요. 오랜만에 방송에 나가는 거라 저희끼리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서 보람이 커요.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는 건 어때요? 라포엠은 외국 노래도 자주 부르더라고요.

유 한 공연에 4개 국어로 노래를 한 적이 있어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와 독일어를 마구 넘나들었죠. 그러다 보면 발음이 막 섞이는데 영어의 ‘r’ 발음을 이탈리아어의 ‘r’ 발음처럼 길고 강하게 굴리는 식이에요.

정 그래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해당 언어를 알고 부르면 감정이나 표현력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최 민성이가 요새 일본어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요.

정 (웃음) 나이 먹으니까 공부가 쉽지 않네요. 이래서 어른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해야 한다고 했나 봐요. 연말에 일본에서 첫 해외 쇼케이스가 열리는데 그때 인사말이라도 일본어로 하고 싶어서요.

나이 이야기를 하니까 옆에 계신 두 분이 언짢아하는 것 같은데요?

유 제일 어리면서 자꾸 나이 든 척해요.(웃음)

최 근데 맞는 말이긴 해요. 저도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데 예전만큼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