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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등은 23일 오후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취지를 밝힌 뒤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국군주의 시절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군인·군속(군무원)으로 동원돼 숨진 희생자들이 유족 의사와는 관계없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며 사망자와 사망일 등을 기록한 ‘제신명표’와 ‘제신부’ 등에서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와 신사에 총 8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소송 대리인단은 “유족에게 야스쿠니 합사는 단순한 종교의례가 아니라 희생자를 침략전쟁 미화의 구조에 편입시키는 가해”라며 “전쟁으로 죽음에 내몰리고도 ‘천황을 위한 전몰자’로 편입된 상태를 끝내고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온전하게 추모할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고 중 한 명인 이희자(82) 보추협 대표는 “아픈 역사를 언제까지 유족들이 감내해야 하느냐”며 “왜 저는 아직도 일본 식민지 피해자로 남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일본 육군에 군속돼 1945년 6월 11일 중국 광시성에서 숨진 고 이사현씨의 딸이다.
이 대표는 “가족에게 왜 아버지의 사망통지를 하지 않았는지, 왜 분명히 가족이 있음에도 가족에게 야스쿠니 합사를 묻지도 알리지도 않았는지 책임을 묻고 싶다”“지금 해방 80년인데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야스쿠니가 어떤 신사든 나와는 관계가 없다. (합사의 정당성에 대한 것은) 야스쿠니의 주장일 뿐 내가 거기에 따라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고인을 추도할 권한은 가족에게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최근 일본에서는 제3차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폐 소송이 시작되어 지난 12월 19일 1차 구두 변론이 진행됐다”며 “일본과 병행해 한국에서 오늘 합사 철폐 소송이 제소된 것 자체에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식민지 지배를 당한 유족, 즉 침략 전쟁에 동원된 민족이 야스쿠니란 무엇인지, 합사란 무엇인지를 묻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 끌려가 숨진 한국인도 2만여명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1990년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법원에 합사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들 일부는 지난 9월 일본 법원에 3차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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