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련소가 던진 질문 "고려아연 경영은 왜 안정돼야 하는가"

고려아연 사옥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계약을 맺으며 우리 기술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열렸다.

고려아연의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 계약은 단순한 해외 투자 확대나 생산 거점 다변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 속에서 기업의 정체성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최근 글로벌 자원·소재 산업은 비용 경쟁이나 생산량 확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확산, 핵심 광물의 전략 자산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책임질 수 있는가'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이 배터리 소재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제련 설비를 현지에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기업은 단순한 상업적 파트너가 아니라 산업 정책의 실행 주체로 인식된다.

이번 계약은 고려아연이 그 지점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련 산업은 환경 규제, 에너지 조달, 지역 사회와의 관계,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 운영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 대규모 제련소 건설 계약이 성사됐다는 사실 자체가,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운영 역량, 그리고 장기 전략에 대한 신뢰가 종합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이는 단기 실적이나 일회성 계약과는 성격이 다르며, 회사의 중장기 성장 경로와 글로벌 위상을 재정의하는 사건에 가깝다. 이번 미국 프로젝트를 통해 고려아연은 기존의 아시아 중심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 핵심 산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는 글로벌 고객과 정책 당국, 금융 시장 모두에게 기업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가치의 평가 기준을 단기 수익성 중심에서 장기 전략 실행력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제련소 건설 계약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경영의 연속성과 전략적 일관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제련 설비는 수조 원대의 투자와 수년간의 인허가 절차, 환경 규제 대응,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특히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역 커뮤니티, 환경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시장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신뢰 관계와 일관된 의사결정 구조가 요구된다. 이런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경영 전략 변화나 잦은 리더십 교체와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장기 비전과 실행 계획을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는 경영 체제가 전제돼야 한다.

이번 계약은 고려아연이 그러한 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사업의 성과를 넘어, 회사 전반의 경영 안정성과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기존 제련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축적해 온 기술력과 환경 대응 역량, 안전 관리 시스템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계약은 회사가 단기 실적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산업 변화에 맞춰 체질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제련소 건설은 단순한 해외 사업이 아니라, 고려아연이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전략 선언에 가깝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 계약은 고려아연의 중장기 가치와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생산 주체로 자리 잡는 것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경쟁력이며, 이는 기업의 평판과 협상력, 미래 성장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된다.

특히 국가 간 산업 전략이 기업 활동과 밀접하게 맞물리는 시대에는, 장기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영 역량 자체가 기업가치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평가된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련 기업을 넘어, 글로벌 핵심 산업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게 됐다.

이는 투자자와 시장, 그리고 산업 전반에 '이 회사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를 선택하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다. 오버하지 않고 냉정하게 보더라도, 이러한 평가는 향후 기업가치 산정과 전략적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 계약은 고려아연의 현재를 설명하는 사건이기보다, 앞으로의 방향과 역할을 보여주는 이정표에 가깝다.

글로벌 산업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경영과 장기 전략을 기반으로 한 이번 행보는 고려아연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 위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