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겨울, 굴이 제철을 맞았다. 굴은 칼슘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식탁에 자주 오르지만, 잘못 씻으면 맛이 변하기 쉽다. 보통 가정에서는 굵은소금을 뿌려 문지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거친 소금 입자가 굴에 상처를 내고 삼투 현상으로 수분을 빼앗아 고유의 향을 떨어뜨린다.
이때 굴 세척에 소금 말고 '무'를 써보면 탱글탱글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무즙에는 오염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굴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깨끗하게 씻는 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썬 무 위에 15분, 문지르지 않아도 이물질 제거
무를 이용한 세척법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깨끗이 씻은 무를 껍질째 썬 뒤, 넓은 채반이나 그릇 바닥에 깐다. 무를 갈아서 즙을 내어 섞기도 하지만, 썰어서 쓰는 편이 굴 형태를 온전히 보존하기에 더 낫다. 썬 무 위에 굴을 올리고 10분에서 15분 정도 그대로 둔다.
무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강해 굴 표면에 묻은 미세한 이물질이나 끈적한 점액을 자연스럽게 흡착한다. 손으로 힘주어 문지르지 않아도 오염물이 무 쪽으로 옮겨가므로 위생적이며, 굴의 연한 살이 상하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로 헹궈야
무 위에서 1차로 손질을 마친 굴은 물로 헹궈 마무리한다. 이때 굴을 체에 담고 흐르는 물에 2~3회 가볍게 씻어낸다. 손으로 부드럽게 섞듯 흔들어주면 무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잔여물까지 깨끗하게 없앨 수 있다.
물의 온도는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 굴 표면의 끈적한 점액을 녹여내는 데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더 알맞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뜨거운 물은 굴이 익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세척을 마친 굴은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물기를 제거하면 조리할 때 살이 더 단단해진다.
레몬 없어도 하나도 안 비려
소금으로 씻은 굴은 거친 입자에 표면이 긁혀 조직이 상하기 쉽다. 또 소금의 높은 염도는 굴 내부의 수분을 강제로 밖으로 빼낸다. 이 때문에 세척 후 굴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조리했을 때 식감이 퍽퍽하거나 질겨진다.
반면 무를 쓰면 물리적 자극이나 수분 손실 없이 오염물만 제거할 수 있다. 무즙 성분이 이물질을 부드럽게 감싸안아 떼어내기 때문에, 세척 후에도 굴이 수분을 머금어 통통한 모양과 탱글탱글한 식감을 유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금 세척이 자칫 굴의 단맛까지 씻어내는 것과 달리, 무는 비린내와 쓴맛을 유발하는 성분만 빨아들인다. 덕분에 국물 요리에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맑게 우러난다. 생굴로 먹을 때 역시 레몬즙이나 식초 같은 보조 재료 없이도 입안에 남는 텁텁함이 없고, 굴 본연의 시원한 풍미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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