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속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풍경은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다. 다만 해장을 대하는 방식은 나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처럼 뜨거운 국물을 찾는 문화도 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차갑게 절인 생선을 먹고, 국물 대신 산미 강한 음료를 들이켠다. 처음 접하면 낯설지만, 현지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한 방식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해장 음식으로 먹고 있는 이색 메뉴 5가지를 살펴봤다.
1. 차갑게 절인 청어로 속을 깨우는 독일식 해장
독일에서 해장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는 메뉴는 롤몹스다. 청어의 가시를 제거한 뒤 얇게 저며 식초와 소금으로 절인다. 여기에 양파나 피클을 올려 돌돌 말아 한 입 크기로 만든다. 불에 익히지 않고 차갑게 먹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맛은 식초의 신맛과 절임에서 나온 짠맛이 동시에 올라온다. 술로 둔해진 입안이 빠르게 깨어나는 이유다. 독일에서는 아침 식사처럼 빵이나 삶은 감자와 함께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전날 술자리가 길었던 날, 별도의 조리 없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해장 음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2. 붉고 진한 국물로 몸을 끌어올리는 멕시코 해장
멕시코의 대표적인 해장 음식으로는 메누도가 있다. 소의 위를 깨끗하게 손질한 뒤 고추 양념과 함께 오래 끓인다. 국물 색이 붉고 향신료 향이 강하다. 조리 시간이 길어 국물 맛이 깊게 배어 있다.
현지에서는 주말 아침마다 메누도를 먹는 풍경이 익숙하다. 그릇에 담긴 국물에 레몬즙을 짜 넣고 양파와 고수를 곁들여 먹는다. 뜨겁고 묵직한 국물이 술로 처진 몸을 끌어올린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해장과 동시에 든든한 한 끼 역할을 한다.
3. 생선 국물을 마시는 페루의 독특한 해장 방식
페루에서 해장 음식으로 알려진 레체 데 티그레는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우유’라는 뜻을 가진다. 세비체를 만들 때 생선에서 나온 국물에 라임즙을 더해 완성되는 메뉴다. 기본 베이스는 생선 육수다. 여기에 양파와 고추, 마늘을 넣고 고수로 향을 더한다.
접시에 담겨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컵에 담아 차갑게 마신다. 위에는 새우나 생선 살을 소량 얹는다. 숟가락보다 빨대로 마시는 경우도 흔하다. 시큼한 맛이 중심이 돼 속이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을 준다. 페루 해안 지역에서는 해장용뿐 아니라 하나의 요리로도 판매된다.
4. 신맛과 매운맛으로 한 번에 정리하는 태국식 해장
태국에서는 똠얌이 해장 음식으로 자주 언급된다. 레몬그라스와 라임잎, 고추가 들어간 국물 요리로, 새우나 닭고기를 넣어 끓인다. 국물 한 숟갈만 떠도 신맛과 매운맛이 동시에 올라온다.
향신료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술 냄새를 밀어낸다. 땀이 날 정도로 매콤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태국에서는 전날 술자리가 길었을수록 국물 맛을 더 진하게 주문하는 편이다. 땀을 내며 속을 비워내는 방식의 해장으로 여겨진다.
5. 맑은 조개 국물로 부담 없이 넘어가는 일본의 아침
일본에서 해장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메뉴는 시지미 국이다. 작은 민물조개를 끓여 만든 맑은 국물로, 된장을 소량 풀거나 간장으로만 간을 맞춘다. 매운 양념이나 기름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조개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국물의 중심을 잡는다. 기름진 음식이 부담스러운 아침에 찾기 좋다. 일본에서는 술자리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자연스럽게 오르며, 편의점에서도 즉석 제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속을 자극하지 않고 천천히 데우는 방식의 해장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