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돈 가버 미국메이저리그(MLS) 총재가 현재 MLS에 승강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MLS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유럽 리그와는 다른 점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승강제 유무다. MLS는 역사적으로 승강제를 시행한 적 없다. 대게 미국 프로 스포츠가 그렇듯 MLS 역시 프랜차이즈 제도로 리그가 운영된다. 각 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MLS 사무국이 30개 구단과 상호작용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MLS라는 사업체 안에 30개 구단이 가맹점을 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 탓에 MLS는 별도 승강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시장 경제를 구축했기에 MLS는 수익 구조가 리그 내에서 순환 형태로 돌고 돈다. 중계권료도 나눠 받고 선수 수급도 드래프트 및 샐러리캡 제도하에 철저히 관리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시즌마다 승강팀이 발생해 구성원이 매번 바뀐다면 리그 수익 구조 자체가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가버 총재는 구조적 제약 외에도 ‘승강제 도입’이 외려 소극적인 외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Unfiltered Soccer’ 팟캐스트에 출연한 가버 총리는 “왜 (승강제를) 원하겠는가? 우리가 리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라. 이 리그는 아직도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맡고 있는 일들이 어려운 것”이라며 “누군가가 투자한다는 건 경제적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라며 리그 내 경제 구조를 이유로 들며 승강제 도입을 반대했다.
가버 총재는 최근 새 경기장 건설에 들어갈 외부 투자를 근거로 들었다. 승강제의 섣부른 도입은 외부 투자자 유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들어설 3개 경기장을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는 20억 달러(약 3조 원)가 넘는 투자다. 아무도 그냥 20억 달러짜리 수표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부채와 부채 보증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보증은 수익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충분한 수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수익이 사라지는 구조로 간다면, 당신은 사업을 접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반이 확실히 갖춰지지 않는 상태에서 승강제가 도입된다면 강등되는 팀에 대한 투자 감소가 곧 MLS 수익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최근 MLS는 천문학적인 중계권 판매 및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으로 충분한 상품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성장의 단계다. MLS의 독특한 구조, 리오넬 메시와 손흥민같은 스타 유입 등 대중에게 매력을 끌 요소는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당장 일선 유럽리그만 보더라도 특별한 마케팅 없이 본연의 가치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MLS가 유럽리그와 같은 단계로 가기에는 막대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미래 승강제 도입 여부에 대해선 열린 입장을 취했다. 최근 MLS는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춘제 도입을 결정했다. 결국 유럽 중심의 축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승강제 도입 또한 언젠가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가버 총재는 “이게 현실이다. 난 리그 하위권 경쟁이라는 아이디어가 가진 아름다움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는 유로파리그,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이 있으며, 각 리그 우승 경쟁도 갖춰져 있다. 그런 역동성은 아직 MLS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유럽 축구와 MLS의 리그 규모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인생은 기회에 관한 것이고, 변화 속에서 그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어떤 형태일지 모르겠지만, 지켜봐야 한다. 3년, 5년 혹은 2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난 모른다. 그러니 ‘절대 불가능’이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라며 미래 MLS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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