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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주당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는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의 무과실 배상 책임을 도입하는 내용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한다. 대표발의자는 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의원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의원이다. 이번 법안은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안을 토대로 민주당 TF가 입법화에 나선 것으로, 금융사의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피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입법 배경에는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개월 만에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고, 건당 평균 피해액도 2023년 2365만원에서 529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범죄 수법이 인공지능(AI)과 메신저 피싱, 가짜 대출·투자 플랫폼 등으로 고도화되면서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강준현 의원안은 금융회사의 보상 책임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피해자 계좌를 관리한 금융회사는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에 대해 보상 의무를 지며, 적용 대상은 은행·증권사·저축은행·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1·2금융권 전반이다. 보상 대상은 개인 피해자로 한정하고, 물품 거래나 투자 목적, 불법행위에 따른 손실은 제외했다. 배상 한도는 최대 5000만원으로 설정하되, 실제 보상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피해자 계좌 금융회사와 사기 이용 계좌 금융회사가 보상액을 절반씩 분담하도록 한 점도 담겼다.
조인철 의원안은 보상 한도를 1000만원 이상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해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구조를 택했다. 대신 금융회사의 예방 책임을 강화했다. 보이스피싱 거래를 상시 탐지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법에 명시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별 대응 체계를 평가해 미흡할 경우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의심 거래 발생 시 입·출금까지 일시 제한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개입 권한을 넓힌 점도 포함됐다.
두 법안 모두 피해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보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했다. 사기 가담이나 허위 신청, 금융사의 명시적 경고를 무시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면책 사유다. 보상 여부나 금액을 둘러싼 분쟁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조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 책임으로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범죄”라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금융권은 무과실 배상 의무화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절차를 준수했음에도 범죄 피해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실책임주의에 어긋나고, 보상 결정 과정에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보이스피싱 TF는 오는 30일 정부와 당정 협의회를 열고 무과실 배상책임제의 적용 시기와 방식, 범위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강준현 의원은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조정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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