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영화로 만난 구교환과 문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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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로 만난 구교환과 문가영

바자 2025-12-23 17:00:00 신고

3줄요약

가장 보통의 사랑 이야기


뜨겁게 사랑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우연히 마주친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지금부터 구교환과 문가영은 헤어진 연인을 연기한다.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 콘셉트는 “헤어진 연인이 10년 만에 우연히 만나 과거를 추억한다”는 영화 〈만약에 우리〉의 설정을 빌려온 것이었어요. 이별 후 재회한 커플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상상해본 거죠. 이곳에 오기 전 각자 상상했던 그림이 있었나요?

구교환 전 어떤 상황을 겪어보기 전에는 굳이 상상하지 않는 편이에요. 영화의 시나리오를 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최종 아웃풋의 형태가 정해져 있다 한들,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우리 촬영도 전부 계획한 대로 되진 않으셨겠죠? 그렇다고 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

하퍼스 바자 카메라 앞에서 항상 자연스러워 보였던 교환 씨가 유독 커플 컷을 찍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림은 계획에 없던 것이긴 했어요.(웃음)

문가영 영화 포스터 찍을 때도 딱 오늘 같았어요.

구교환 근데 약간 성장캐 아니에요? 뒤로 갈수록 점점 자연스러웠죠? 저 노력형 인간이에요. 근데 에디터님도 언제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해봐야 알아요 이건. 어색하다기보다는 너무 쑥스러운 거예요. 우리 셋이서만 찍고 있으면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 눈이 너무 많으니까 그게 그렇게 부끄럽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이 멜로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의 조합이라 생각했어요. 두 사람의 성향도, 연기 스타일도 반대에 가깝다고 느꼈거든요. 교환 씨가 자유롭게 어긋나기를 즐긴다면, 가영 씨는 매사에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스타일 같아 보인달까요.

구교환 글쎄요. 반대 성향을 가졌다 싶으면 진작에 알아챘을 텐데, 아직 그렇게 느껴본 적은 없어요. 저도 꼼꼼하게 준비하는 지점이 분명 있고, 가영 씨도 반만 준비해서 자유롭게 임할 때가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문가영이라는 배우를 두고 정확한 동선 안에서 움직이고, 정확한 어미 처리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발음하는 모습들을 떠올릴 거라 생각해요. 같이 작업하면서 느낀 건, 이게 미리 계획해서 나오는 것들이 아니라는 거예요. 때에 맞게 발휘되는 센스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잘 짜여진 것처럼 보이는 거죠. 저희의 가장 큰 차이라면… 활동량? 저는 촬영장에서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는 스타일인데, 가영 씨는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는 편이거든요. 대기 시간에도 촬영장을 잘 벗어나지 않고 스태프들이랑 자연스럽게 눈 마주치면서 대화 나누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가영 씨, 사람 구경을 좋아하시나요?

문가영 네. 관찰하는 거 되게 좋아해요. 오빠도 제 관찰 대상이었어요.(웃음) 저에게 이 작품은 나에게는 없는 면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해서 배우는 것이 많은,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는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빠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 공부하듯이 지켜봤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배우로서 오빠의 오랜 팬이에요. 아마 구교환은 배우 팬이 가장 많은 배우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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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이번 청룡영화상만 봐도 그래요. 교환 씨가 저 멀리서 시상자로 걸어 나오는데, 중계 화면에 잡힌 모든 배우들이 벌써부터 활짝 웃고 있었잖아요. 오늘 촬영장의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문가영 맞아요. 배우들이 사랑하는 배우! 이번에 같이 작업을 해보면서 또 한 번 느낀 건, 오빠에게는 계산하지 않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만들어내서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 배우가 즉흥적으로 툭툭 꺼내 놓는 얼굴들이 타고난 능력이라 생각했는데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촘촘한 계획이 있고, 그에 대한 준비도 다 되어 있어서 나오는 여유였더라고요. 이것 봐, 또 수줍어한다.(웃음)

구교환 아유. 예.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촬영 날 아침부터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지는 사람이거든요. 흐흐. 촬영 들어가기 직전의 시간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 신에 비어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든 잡아내고 싶은 상태가 돼요. 시도가 어긋날 때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장면에 다가가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문가영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게, 저만 화면에 걸리는 바스트 샷을 찍을 때 어느 순간 오빠의 눈빛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모드가 바뀐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오빠는 배우이자 연출을 할 수 있는 능력자잖아요. 제가 느끼기에 그건 연출가의 눈빛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어떤 차이가 있어요?

문가영 한 겹 막을 씌운 것처럼 일순간에 달라지는데, 훨씬 진지해요.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연기하면서 배우 구교환과, 연출가 구교환의 다양한 능력치를 경험할 수 있었던 행운아인 거죠.

구교환 근데 그게 연출가로서의 눈이 아니라, 관객으로 구경한 건데…. ‘우와. 연기 잘한다’ 하면서.(웃음) 그러니까 신기함에서 나오는 눈빛이었을 거예요. 이 배우는 이렇게 감정을 쓰는구나, 정말 아름다운 장면을 봤다, 하고요. 그러니 그냥 경도됐다는 표현으로 합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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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런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장면을 연출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때요.

구교환 아니요. 절대 그렇진 않아요. 연출가의 시선을 가져올 수도 없고, 가져와도 안 되는 거고. 감독은 그 장면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컷을 이어 붙일지 디자인까지 하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배우로서 그 신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저를 두고 자유롭게 연기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그런 모습을 보신 걸 거예요. 실은 자유로운 게 아니라 두렵지 않은 거예요.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고요. 가영 씨를 포함해서 현장에 있는 모두는 저를 돕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거겠죠. 팀 작업이기 때문에 결코 혼자 빛날 수는 없어요.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은 손발이 잘 맞는 팀원이었겠죠? 좀 전에 유튜브 콘텐츠 찍으면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고도 말했잖아요. 가장 잘 통하는 지점은 뭐예요?

문가영 연락하는 스타일이 잘 맞아요. 필요할 때 연락하고 일할 땐 일하고. 동시에 서로 모니터는 항상 하고 있기 때문에 기사를 보다가 불쑥 연락해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할 게 없어요.

구교환 사실 촬영 끝나고 나서는 따로 만나진 못했거든요. 각자 야망의 세월을 보내느라 바빴기 때문에.(웃음) 근데 친구가 연예인이니까 그게 좋더라고요. 요즘 뭘 하고 사는지 정확히 알 수가 있어요. 가영이는 지금 해외 출장을 나갔구나, 요즘은 〈스틸하트클럽〉 MC를 보고 있구나, 다 알 수 있죠. 저는 자주 연락하고 만난다고 해서 진짜 친구가 아니라 뜬금없이 툭툭 안부를 묻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이가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가영 씨는 저한테 그런 사람이에요.

하퍼스 바자 〈만약에 우리〉는 교환 씨가 대중 앞에서 처음 선보이는 멜로 작품이에요. 장도연 씨와 마주 앉아 있는 스틸컷 하나로 화제가 됐던 첫 장편 연출작도 멜로 장르로 알고 있어요. 부쩍 이 장르에 마음이 동한 건가요?

구교환 저는 딱히 어떤 장르에 꽂혔던 적은 없어요. 늘 그래 왔듯, 마음이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따라온 것일 뿐인데 그렇게 봐주셨다니 재밌는데요? 말하자면 구교환과 멀어지기, 가까워지기 짤 같은 거잖아요.(웃음) 제 의도와 무관하게 재미있는 지점을 포착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요. 저는 항상 관객분들에게 좋은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네요. 아무튼, 이 작품이 멜로라서 택한 건 아니었고요 첫 멜로 작품이라고 해서 특별한 차이를 느끼고 연기하지도 않았어요. 인간이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통과했던 시간들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려야겠다. 그럼 자연스럽게 멜로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퍼스 바자 반면 가영 씨에게 멜로는 익숙한 장르겠죠. 〈만약에 우리〉 전에는 ‘멜로 장인’ 수식을 붙여준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있었고요. 많은 것이 베일에 감춰졌던 〈사랑의 이해〉의 ‘수영’과 달리, ‘정원’은 솔직하게 드러내는 타입의 인물이에요. 정원을 연기할 땐 어떤 재미가 있었어요?

문가영 〈사랑의 이해〉를 찍을 땐 말씀한 이유로 아무도 수영이를 이해하지 못한대도 나는 이해하니 괜찮다는 마음이었다면, 이번에는 흘러가는 대로 연기해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정원이와 은호의 이야기는 누구나 겪어봤을 보편적인 감정을 큰 축으로 가져가니까요. 영화의 설정처럼 꼭 장기 연애를 한 커플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해본 우리 모두라면 정원이나 은호의 행동, 말, 선택 같은 찰나의 순간들에서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심지어는 정원이가 도망쳐야 했던 이유조차도요.

문가영이 착용한 퍼 재킷, 부츠는 Michael Kors. 니트 톱, 쇼츠는 Leha. 구교환이 착용한 톱은 Recto. 레더 재킷, 팬츠는 Miu Miu.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관객이 이 영화에서 넘어야 할 심리적 허들이 하나 있다면, 장기 연애 커플이 헤어진 지 10년 만에, 그것도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다는 설정일 거예요. 살면서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영화이기에 가능해 보이는 상황 안에서 관객의 공감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구교환 근데 다들 그런 우연을 바라면서 영화를 보는 거 아닌가요? 저는 그렇거든요. 태풍 때문에 뜨지 못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나는 정원이랑 은호를 보면서 그 상황에 나를 밀어 넣어 보는 거죠. 어렸을 때 〈E.T.〉를 좋아하던 마음이랑 같은 거예요. 외계인 친구를 만난다는 설정은 헤어진 지 10년이 지나서 비행기에서 만난다는 것보다 훨씬 말이 안 되잖아요. 근데 전 그렇게 과장되어 있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만나기 위해 영화를 봐요. 다만, 그런 상황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 즐거운 상상으로 이어지게 만들려면 배우와 관객이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당신과 나 사이 추억을 공유하듯 연기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눈물도 나고, 같이 마음 아파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렇게 점점 스며들듯 몰입한 뒤부터는 관객과 영화 사이에 만든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재미있는 우연과 기적이 생겨난다고 봐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멜로영화잖아요.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또 한 번 멜로 영화의 때가 왔다! 〈만약에 우리〉는 멜로 부활의 신호탄이다!

하퍼스 바자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본 소감도 궁금해요. 비슷한 사랑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나요?

문가영 저는 영화를 보고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제가 이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건데요. 20대 초반에는 왜 세상의 노래나 영화 드라마는 죄다 사랑 얘기일까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 필모그래피에도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쌓이더라고요. 나도 별수 없이 이런 이야기에 끌리는구나, 했는데 〈만약에 우리〉를 보고 알았어요. 저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이별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였어요.

하퍼스 바자 그래서 그렇게 잘 울었던 거예요? 예고편에도 나온 장면인데, 정원이 은호와 헤어진 뒤에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엉엉 우는 신 있잖아요.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에요.

구교환 아, 그 장면 너무 좋죠? 저는 이제 한국 영화에서 제일 슬프게 잘 우는 사람 세 명 꼽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문가영 부를 거예요.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도 어깨를 들썩들썩하면서 울었을 정도라니까요. 포커스 풀러(focus puller, 배우가 움직일 때 초점이 정확히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볼 때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아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담아야 하거든요? 근데 그분이 우셨어요. 저는 ‘카메라는 배우를 사랑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 장면을 보고 딱 그 말이 생각났어요. 카메라는 가영 씨가 보여준 걸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담은 거예요. 아마 오랫동안 회자될 것 같아요. 솔직히 아이맥스로 걸어야 돼. 3D인 줄 알았다니까 진짜?

하퍼스 바자 김도영 감독은 이 작품을 두고 “잘 헤어진다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라고 했어요. 관계의 시작은 천천히, 아름다웠을지언정 그만큼 차분히 이별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짚으면서요. 두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이별은 어떤 건가요?

구교환 우연히 마주쳤을 때 먼저 알아본 사람이 뒤에서 손가락으로 톡 한 번 건드릴 수 있는 사이로 남는 거? 혹은 상대가 안녕하기를 바라는 거. “좋은 사람 만나!”보다도, 잘 살고 있다는 안부를 들으면 마음이 놓이고 좋은 거. 이런 것들 아닐까요? 영화 마지막 즈음에 은호가 원하던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는 정원이를 보고 “될 줄 알았어. 너 내가 된다고 했지.” 이런 말을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참 좋더라고요.

구교환이 착용한 레더 재킷은 Ernest W. Baker by 10 Corso Como Seoul. 문가영이 착용한 바디 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그럼 반대로 사랑을 시작할 때 구교환과 문가영은 어떤 사람이 되나요? 누군가가 좋아지는 마음이 두려웠던 적도 있나요?

문가영 저는 겁 없이 시작하는 것 같아요. 사랑을 할 땐 두려운 것보다 후회를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럼에도 문득 두려워지면 글을 쓰고요.

구교환 저에게 사랑과 야망은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라서 사랑에 빠질 땐 자연스럽게 야망이 줄어든 인간이 돼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기 때문에 결국에는 부스터가 되죠.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고요. 근데 관계를 시작할 땐 완전히 그 사람에게만 푹 빠져 있는 스타일 같아요. 뭐가 손에 잘 안 잡혀요.

문가영 완전 로맨티스트.

구교환 근데 그게 좀 오래돼서.(웃음) 지금 과거를 미화시키고 있는 걸 수도 있는데, 분명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누구를 좋아할 거면 좋아하는 것만 하고, 다른 건 딱 끊어요. 야망과 사랑을 함께 키워가려면 생각보다 굉장히 훌륭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거. 그래서 구교환은 사랑에 빠질 때? 그냥 정신 못 차린다!

하퍼스 바자 지금 두 사람이 믿고 있는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구교환 자는 모습 보면 어딘가 찡한 거. 우리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있어요. 은호가 퇴근하고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소파에서 잠들어 있는 정원이를 빤히 바라보는데, 딱 그때의 감정인 것 같아요. 자는 모습 보면 이 사람이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겨요. 본인은 절대 볼 수 없는 얼굴이잖아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단함을 더 이해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이 사람의 서브텍스트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간질간질한 마음이 드는 게 사랑 같아요.

문가영 사랑에 대한 정의는 항상 바뀌겠지만 관계에서 불붙는 듯한 감정이 일정 할당량을 다한 이후에도 이어지려면 끊임없이 서로를 선택해야 하는 것 같거든요. 둘 중 한 명이라도 선택을 하지 않는 순간, 관계는 와해되기 시작한다고 봐요. 이 영화에도 그런 선택의 순간들이 몇몇 등장하는데, 결국 의지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 너무 T처럼 대답하고 있나요?

구교환 아뇨? 지금 완전 낭만파인데요?

문가영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모든 사랑은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거예요. 선택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 틈틈이 이 관계를 점검해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이것마저도 전부 사랑인 거예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이요.

구교환이 착용한 재킷은 Eenk. 팬츠는 Sacai. 목걸이는 Verte. 이너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문가영이 착용한 실크 원피스는 Toteme. 뱅글은 Tom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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