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을사년(乙巳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자금 경색,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겹치며 구조적 변곡점을 맞았다. 거래와 분양은 위축됐고 개발·건설 현장에서는 금융 부담과 리스크가 동시에 부상했다. 올해를 단순 '침체'로만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시장이 돌아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결산 특집은 규제가 만든 시장의 틀, 그 안에서 선택된 호재, 그리고 리스크가 촉발한 건설업의 구조 전환을 차례로 짚는다.
2025년 건설업계는 고금리·PF 장기화와 반복된 안전사고가 겹치며 주택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진 한 해였다. © 연합뉴스
2025년 건설업계가 마주한 압박은 '수요 둔화'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반복됐다. 금융 환경 악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부담도 장기화됐다. 주택 중심 사업 구조에 의존한 건설사들에게는 업황 부진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국면이 도래한 셈이다.
특히 올해 발생한 안전사고는 장소와 성격 면에서 시장 경고음을 키웠다. 도심 지하철 공사, 교량 등 대형 인프라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 문제는 특정 현장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산업 전반 리스크로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사고는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로 직결되고, 발주처·수요자 신뢰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주택 PF 리스크는 더욱 무거워졌다. 분양 지연과 금융비용 증가는 건설사 재무 구조를 압박했고, 주택 사업은 '확장'보다 '관리' 영역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일부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 사업에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 현장…도심·인프라 공사 '경고등'
2025년 건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안전 문제가 다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단순히 사고 건수 많고 적음을 떠나 도심과 대형 인프라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안전 리스크가 특정 지역이나 소규모 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발생한 서울 여의도 일대 '신안산선 지하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는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도심 지하 공간에서 진행된 철도 공사 과정에서 구조물 일부가 무너지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도심 지하 개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에 참여한 교량 붕괴 사고 역시 시장에 적지 않는 충격을 선사했다. 공사 중 교량 구조물이 무너지며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도 구조 안전과 공정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프라 공사의 공정 관리 체계와 하도급 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확산됐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분양 지연은 비용·신뢰 부담으로 직결되며 주택 사업을 '확장'이 아닌 '관리해야 할 위험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 연합뉴스
이외에도 전국 건설 현장에서는 추락·끼임·전도 등 기본 안전사고가 반복됐다. 초대형 참사 외에도 중·소규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장 인력 관리와 작업 환경 개선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 단축과 비용 압박이 커질수록 안전 관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고 파급은 현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고 발생 이후 공사 중단 또는 점검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업 일정 전반이 흔들리고, 공기 지연·추가 안전 조치 등으로 간접비가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난다. 사고가 비용과 신뢰 문제로 곧장 연결되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PF 리스크 장기화…주택 사업 부담 가중
주택 PF 리스크는 올해도 건설사 경영 핵심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PF 조달금리가 전년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사업 여건이 좋지 않은 현장에서는 고금리 조달이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금 회수 속도도 늦어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당초 계획 대비 분양 시점이 1년 이상 미뤄지거나 또는 분양가 조정 및 추가 비용 발생으로 수익성이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책임준공 약정을 맺은 시공사의 경우 우발채무 부담까지 겹치며 재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환경이 누적되면서 '주택 사업은 더 이상 안정적 성장 수단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주택 PF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구조적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포트폴리오 이동, 주택에서 인프라·에너지로
이처럼 주택 사업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자 건설사들 시선은 점차 인프라와 신사업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전력·에너지·환경·데이터센터 등 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일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신규 수주에서 주택 비중을 낮추는 대신 인프라·플랜트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는 주택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데이터센터 등 안정적인 분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는 △송전망 지중화 △변전소 확충 △전력구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며 시장 관심이 커졌다. 반도체·데이터센터·2차전지 등 산업 확장과 맞물려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공공 또는 대기업 발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환경·에너지 사업도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부상했다. 주택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2025년은 건설사들에게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 해로 평가되고 있다. 반복된 안전사고와 PF 부담은 주택 중심 사업 구조 한계를 드러냈고, 건설사들은 각자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주택에 다시 집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건설업이 주택 중심 산업에서 복합 인프라 산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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