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윤락 우려' 여성 감금…1심서 400만원∼2억4천만원 배상 판결
성평등부 "고령 피해자 고통·'선감학원 사건' 국가 상소포기 등 고려해 취하"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돼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취하했다.
성평등부는 여성수용시설에 강제 수용된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22일 서울고등검찰청의 지휘를 받아 국가배상소송 사건의 국가 항소를 취하했다고 23일 밝혔다.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은 윤락 방지와 '요보호여자' 선도를 목적으로 설치된 여성수용시설에 여성 피해자들이 강제로 수용돼 감금 상태에서 폭력에 방치되고, 의식주와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 생활을 지원받지 못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70∼1980년대에 법적 근거 없이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된 11명의 피해자가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작년 1월 인정한 바 있다.
이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12명은 지난해 4월 12일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15일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과 그 모친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박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피해자들에게 각각 400만원∼2억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성평등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고령의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현실과 법률상 근거 없이 민간 시설에 아동을 강제 수용한 선감학원 사건 등에 대해 국가의 상소포기 결정이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취하했다.
항소 취하로 피해자들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과거에 받은 피해를 인정받고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 사건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행위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항소 취하를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피해가 회복되고 피해자들이 남은 생을 존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5·16 군사정변 직후 윤락행위 단속을 강화했다.
1961년 11월 윤락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윤락여성 등에게 기술교육을 시켜 건정한 사회인으로 갱생하기 위한 목적으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요보호여자'로 정의하고, 1962년 전국에 17개 여성수용시설을 설치해 885명을 수용했다. 여성수용시설은 1971년 34개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수용인원도 2천717명으로 증가됐다.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제정 이래 한 차례 개정도 없이 1995년 1월 전부 개정될 때까지 그대로 시행되며 인권침해를 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법은 2004년 3월 폐지됐고, 여성수용시설은 1998년 모두 폐쇄됐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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