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에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 적시…엄희준 직권남용 증거 확보 시도
'퇴직금 리셋 규정' 도입…내부문건엔 "별도 커뮤니케이션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이밝음 전재훈 기자 = 쿠팡 수사 무마·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쿠팡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퇴직 금품 지급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쿠팡CFS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다.
이른바 '쿠팡 비밀사무실'로 불리는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쿠팡은 강남역 인근 건물에 간판 없는 사무실을 차려 대관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쿠팡은 2023년 5월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쿠팡은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정을 '일용직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변경했다.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끼어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이날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해 '퇴직금 리셋 규정'이라고도 불렸다.
이 시기 쿠팡이 생산한 '일용직 제도개선' 등 내부 문건에는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칙 변경 취지와 함께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 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개별) 대응"이라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엄성환 전 CFS 대표이사를 피의자로 적시하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4월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상급자인 엄희준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자신과 주임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라고 주장했으나 김 전 차장이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며 회유하고, 엄 전 지청장은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것이다.
부천지청이 대검에 보낸 보고서에 중요 증거물인 '일용직 제도 개선' 등 문건들이 의도적으로 누락됐으며, 압수수색 등 기밀 정보가 쿠팡 측에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 엄 검사 등의 직권남용 혐의 방해 관련 증거 일체도 압수 대상으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엄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엄 검사 측은 문 부장검사가 제기한 의혹이 모두 허위라며 특검에 무고 혐의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쿠팡에 대한 불기소 처분 역시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없는 처분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1일과 14일 문 부장검사를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의혹의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조만간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검토한 뒤, 쿠팡 관계자들을 소환해 취업규칙 변경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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