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은 송성문(29)은 계약 발표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들어섰다. KBO리그에서 오랜 시간 ‘대기만성형 내야수’로 평가받아 온 송성문은 최근 두 시즌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발판 삼아 빅리그 문을 두드렸고,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 성사와 실제 성공은 전혀 다른 문제다. 치열한 내야 경쟁과 빠른 공이 지배하는 MLB 환경 속에서 송성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한 조건들이 요구된다.
샌디에이고는 23일(이하 한국 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송성문과 4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AP통신은 계약 규모를 4년 총액 1500만달러(약 222억원)로 보도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마감 시한을 앞두고 계약을 마친 송성문은 “명문 구단에서 뛸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2루가 가장 현실적인 출발선… 스프링캠프가 분수령
샌디에이고에서 송성문의 활용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전력 구도를 고려하면 2루가 가장 현실적인 출발 지점으로 꼽힌다. 주 포지션인 3루에는 올스타 7차례에 빛나는 매니 마차도가 장기 계약으로 버티고 있어, 송성문이 곧바로 주전으로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올 시즌까지 1루를 맡았던 루이스 아라에스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면서 내야 재편 가능성이 열렸다. 샌디에이고는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1루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고, 그럴 경우 2루 자리가 경쟁 구도로 바뀔 수 있다.
송성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23일 귀국 후 인터뷰에서 “제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루수뿐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경쟁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샌디에이고 내야진이 화려한 건 사실이지만, MLB는 어느 팀에 가도 경쟁해야 하는 무대”라고 덧붙였다.
현지에서도 송성문을 즉시 전력감으로 보고 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생산성이 매우 높은 선수”라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곧 유틸리티 활용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특정 포지션에서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라에스가 빠진 상황은 크로넨워스가 1루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 경우 2루 자리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송성문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빠른 공과 변화구 적응… 타석에서 증명해야
수비 포지션 경쟁 못지않게 중요한 관건은 타석에서의 적응력이다. 송성문은 2025시즌 KBO리그에서 타율 0.315, 26홈런, 25도루를 기록하며 장타력과 기동력을 동시에 증명했다. 샌디에이고가 송성문을 영입한 배경 역시 ‘한 방’과 주루 능력을 겸비한 내야 자원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다만 MLB는 전혀 다른 속도의 리그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은 이미 KBO리그보다 6km 이상 빠르다”며 “특히 우완 투수 평균 구속은 153km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고, 설령 빠른 공을 치기 시작해도 곧바로 변화구 승부가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또한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같은 변화구도 140km 후반에 형성된다”며 “이 변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송성문이 주전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송성문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빠르다는 건 알고 있다. 자신이 없었다면 포스팅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준비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차 목표는 개막 로스터에 드는 것이다. 그 이후에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자주 타석에 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내야진의 특성상 송성문은 벤치에서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강정호(38)와 김하성(30) 역시 벤치에서 시작해 점차 출전 기회를 넓히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송성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개막 로스터 진입”이라며 “그 안에서 ‘이 선수에게 한 번 맡겨보자’는 평가가 나오면 첫발은 성공적으로 뗀 것”이라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두 시즌 만에 자신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송성문은 이제 더 빠르고, 더 치열한 세계로 향한다. 내년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릴 스프링캠프는 그에게 단순한 적응 무대가 아니라, ‘도전자’에서 ‘생존자’로 거듭날지 가르는 결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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