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편지 주고받는다는 제보…불리한 양형으로 참작할 것" 경고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이다 국내로 송환돼 기소된 조직원들이 책임을 덜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서로 말을 맞추는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3형사부(김보현·이홍관·양시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29)씨 등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47명에 대한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는 관련 제보를 받은 사실을 알리며 "공범들끼리 말 맞추면 불리한 사정으로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교도소 안에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재판에서) 이렇게 얘기하면 얼마 정도 (징역형을) 살고 나올 것 같다고 의견을 나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말 맞추지 말라. 본인들에게 불리해진다"고 꾸짖었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건'으로 알려진 총책 B(조선족)씨가 캄보디아·태국 등에서 운영 중인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가담해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9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팀을 이뤄 로맨스스캠,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코인 투자 사기, 관공서 노쇼 등 다양한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이 범죄로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다가 지난 10월 국내로 송환돼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피고인들 상당수가 로맨스스캠, 검사 사칭, 코인 투자 사기, 관공서 노쇼 가운데 일부만 직접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공범들끼리 서로 말을 맞춰 형량을 줄이려고 시도하다 재판부에 발각된 것이다.
재판부는 "제보자를 알아내려는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제보자를 불이익하게 하는 행동이 있으면, 피고인들에게 더 불이익하게 할 것이니 조심하라"고 재차 주의를 줬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상당수는 여러 종류의 사기 가운데 일부만 혐의를 인정했고, "자발적으로 출국하고 범행한 게 아니라 소극적으로 마지못해 가담한 부분이 있다"거나 "캄보디아에는 있었으나 태국에는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3일 열린다.
soyu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