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9일 구미 사업장을 방문해 타이어코드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9월과 10월 김천 1공장 내 2개 라인을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했다. 해당 설비는 PET칩 생산 라인이다. 이번 조치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T칩 국내 생산 체제는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PET칩 사업 중단은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공급 과잉 속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은 범용 PET칩 기준 2168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며 2000년대 이후 줄곧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특히 PTA·MEG 등 기초 원료부터 PET칩·섬유·병 프리폼까지 전 공정을 수직 계열화해 PET칩 자체의 제조원가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우위가 타 국가 업체들과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게 되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올해 초 중국 기업에서 PET칩을 조달하는 아웃소싱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비중국 생산'을 내세우며 구미 1공장과 김천 1공장에서 자체 생산해왔으나 2023년 구미 1공장 생산을 멈췄다. 이후 김천 1공장에 역량을 모아 국내 생산을 유지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단가 격차로 인해 결국 최근 문을 닫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PET칩과 같은 장치 산업은 원료를 얼마나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중국은 국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PET칩은 정제 테레프탈산(PTA)과 에틸렌글리콜(EG)을 중합해 만든 폴리에스터 수지를 쌀알 크기의 펠릿 형태로 가공한 중간 원료다. 압출, 사출 성형 등 다양한 공정을 거쳐 포장재·필름·섬유·산업용 플라스틱 등 광범위한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PET칩은 단순한 범용 소재를 넘어 핵심 사업을 지탱하는 기초 원재료다. 타이어코드·카시트 커버링·PET 부직포(SPB)·자동차 내장재·샤무드 등 회사 매출의 약 48%를 차지하는 산업자재부문 전반에 기초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외부 조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원재료 단계에서부터 비용 구조를 개선해 산업자재부문 수익성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과감한 아웃소싱 결단은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올해 취임 이후 강조해온 OE(운영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OE는 원료 조달부터 생산·출고에 이르는 전 과정을 효율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허 사장은 연초 전국 11개 사업장을 직접 점검하고, 각 공장의 OE 개선 상황 점검하는 역할의 전담 TF 조직도 출범시킨 바 있다.
또한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재활용 PET원료를 100% 사용한 타이어코드를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제품은 국내 PET칩 생산 중단 이전부터 외부 전문 업체로부터 원료를 조달해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PET칩 생산을 접고 조달 구조를 재편한 것 역시 이 같은 고부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PET칩을 생산하던 김천 1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향후 설비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전사 차원의 효율화와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