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우크라이나의 장기 외화 발행자 신용등급(IDR)을 ‘RD’(제한적 디폴트)에서 ‘CCC’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 기준에서 RD는 채무불이행 상태를 뜻하며, CCC는 디폴트 위험이 여전히 크지만, 정상적인 채무 이행이 일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단계다.
이번 조정은 우크라이나가 해외 민간 채권단과의 채무 관계를 상당 부분 정상화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피치는 지난해 8월, 2026년 만기 유로채에 적용됐던 상환 유예 기간이 종료된 뒤 실제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RD로 강등한 바 있다.
전쟁 장기화로 재정 여력이 급격히 악화된 우크라이나는 이후 외채 상환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취했고, 채권 상환이 중단되면서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들어갔다.
이후 정부는 민간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해 2024년 약 200억달러 규모의 국채 재조정에 합의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되는 특수 채무인 ‘GDP 워런트’는 합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상황은 지난주 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약 26억달러 규모의 GDP 워런트에 대한 재조정에 최종 합의했다. 채권단이 채권과 현금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수용하면서, 디폴트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부 장관은 이번 재조정으로 전후 복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환 부담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고, 재정 운용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완료된 국채 및 국가보증 채무 재조정까지 포함하면, 우크라이나는 전체 상업적 외채의 약 94%를 재조정한 상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추가 지원도 숨통을 틔웠다.
EU 정상들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내년부터 2년간 총 900억유로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금은 군사 및 재정 지출을 뒷받침하며 단기적인 채무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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