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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시험대에 오른 삼성의 2026년

이슈메이커 2025-12-23 15: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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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시험대에 오른 삼성의 2026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2026년을 맞이한 글로벌 산업 환경은 삼성전자에 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의 조건은 이전과 달라졌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변수, 시장 구조의 빠른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기업들의 판단은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과는 기술 보유 여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어떤 방향을 택했는지와 그 선택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행했는지가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시점에 지난해 말 Z세대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리더’ 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위로 집계됐다. 여기에서 ‘왜 이재용인가?’라는 질문은 현재 삼성전자가 놓인 위치와 맞물린다. 반등과 전환의 갈림길에서 요구되는 판단의 성격, 조직을 움직이는 방식,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모두 포함된다. 받은 선택의 방향을 성과로 보여줘야 하는 삼성전자의 2026년이다.

 

Z세대가 판단하는 리더의 기준 
채용 플랫폼 캐치에서 구직자와 직장인 3,0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가장 존경하는 올해의 리더’에서 Z세대의 선택이 집중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리더를 평가하는 조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조사에서는 전문성과 실력, 조직 운영 능력, 목표 제시 능력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제시됐다. 리더 개인의 이미지나 화법보다,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이 실제 조직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는지가 판단의 중심에 놓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는 세대 특성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고용 구조가 유연해지고 산업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직의 안정성은 리더의 판단과 실행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Z세대에게 리더십은 존경의 대상이기 이전에,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방향을 좌우하는 관리 체계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실제로 작동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 이유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세대는 리더를 추상적인 가치나 상징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라며 “조직이 변화 국면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의사결정의 결과가 실제 성과나 구조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십 평가가 감정이나 이미지보다 실행 단위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라고 분석했다.


  이 기준 위에서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평가 대상의 중심에 놓인 이유는 반도체 업황 급변, 글로벌 공급망 불안,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이어진 시기 동안 사업 구조와 투자 방향,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선택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메모리 중심의 사업 환경 변화,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경쟁,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 전환 국면에서 내려진 판단들은 외부에 비교적 명확한 형태로 드러났다. 그리고 어떤 사업에 자원이 배치됐는지, 어떤 기술에 투자가 이어졌는지, 조직이 어떤 속도로 재정렬됐는지가 리더십을 가늠하는 근거로 작동했다. 그리고 Z세대의 선택은 이 축적된 판단의 결과를 하나의 지표로 묶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평가가 한 시점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관찰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조직 재배치로 읽는 2026의 방향
2026년을 앞두고 단행된 삼성전자의 정기 임원 인사는 명확한 변화의 방향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영역에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인사 발표문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성과 중심 원칙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직급이나 연공제보다는 역할과 책임을 기준으로 한 인사 구조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과 직결된 조직 재정렬이 이어졌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사업 환경에서 단기 실적 관리와 중장기 기술 축적을 동시에 고려한 인사 배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과 차세대 기술 관련 조직에서도 인재 중용 기조가 이어지며 일부 영역에서는 세대교체의 흐름도 함께 관찰됐다.


  박정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대기업 인사 구조를 분석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인사는 개인 평가를 넘어 전략의 우선순위를 조직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AI와 반도체처럼 실패 비용이 큰 산업에서는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인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사 자체가 사업 선택의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판단이 조직 구조에 반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급격한 구조 개편보다는 핵심 영역을 선별해 인력을 배치하고, 선택된 조직에 책임과 자율을 동시에 부여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되, 이후의 결과는 각 사업 조직이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메타·아마존·퀄컴·버라이즌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인공지능과 차세대 반도체, 통신 기술 협력을 논의했으며, 이 회동은 이후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 반도체 공급 전략, 네트워크 기술 전환 등 삼성전자의 중장기 사업 선택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메타·아마존·퀄컴·버라이즌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인공지능과 차세대 반도체, 통신 기술 협력을 논의했으며, 이 회동은 이후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 반도체 공급 전략, 네트워크 기술 전환 등 삼성전자의 중장기 사업 선택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삼성만의 방식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국내 시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는 국가 정책, 글로벌 고객사 전략, 공급망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로 확장됐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수장의 역할은 조직 내부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이해관계와의 직접적인 조율 과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재용 회장의 최근 글로벌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부터 이재용 회장은 미국을 방문해 메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연쇄 회동을 진행했다. 해당 만남에서는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미래 ICT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협력 가능성이 논의됐다. 삼성전자가 주요 반도체 공급사이자 기술 파트너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조율하는 일정이었다.


  미국 서부에서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와 만나 인공지능과 가상·증강현실 등 차세대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시애틀에서는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와 생성형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둘러싼 협력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아마존은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하는 주요 반도체 수요처로,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과 직결되는 고객사다.


  또한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버라이즌 최고경영자와도 만남을 갖고, 차세대 통신 기술과 네트워크 장비, 모바일 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 방향을 점검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버라이즌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당시 미팅은 기존 사업 관계를 넘어 향후 기술 전환 국면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는 최고경영자의 대외 네트워크가 기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라며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환경에서는 기술 조건과 함께 주요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거래 지속성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현장에서의 직접 소통과 판단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 AI 포럼 2025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이 반도체·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짚으며, AI 기술을 축으로 한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삼성 AI 포럼 2025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이 반도체·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짚으며, AI 기술을 축으로 한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수요의 방향이 달라진 반도체 시장
이재용 회장의 이 같은 행보 이후 2025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났고,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과 출하량 모두 점진적인 개선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역시 실적 발표를 통해 메모리 부문의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 서버용 제품 비중 확대를 주요 변화로 언급했다. 침체 국면을 지나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회복의 성격은 과거와 다르다. 범용 메모리 중심의 수요 회복이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 데이터센터용 SSD 등 특정 영역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연산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는 단순 저장 장치가 아니라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메모리 경쟁은 생산량 확대보다 기술 완성도와 공급 안정성, 고객 맞춤 대응 능력이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의 사업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메모리 반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는 있지만, 동시에 경쟁의 무대는 메모리 단일 품목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서버 시장에서는 메모리와 함께 파운드리, 패키징, 시스템반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메모리 경쟁력이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 전체 반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해진 구조다.


  이에 대해 김형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메모리 하나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라고 설명하며 “고성능 메모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파운드리 공정과 패키징 기술, 시스템반도체와의 결합 능력이 함께 평가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시장의 개선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동시에 경쟁의 기준이 한 단계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공지능과 고성능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기술 전략의 중심을 공정 완성도와 생산 안정성에 두고, 현장에서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재정립해 나갈 것이다.ⓒ 삼성전자
인공지능과 고성능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기술 전략의 중심을 공정 완성도와 생산 안정성에 두고, 현장에서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재정립해 나갈 것이다.ⓒ 삼성전자

 

성과로 확인해야 할 지점, 무거워지는 리더의 어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 흐름과 달리, 파운드리와 비메모리 영역은 보다 긴 호흡의 경쟁 국면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확대되면서 첨단 공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경쟁은 기술 로드맵보다 양산 안정성과 고객 신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정 미세화가 진전될수록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이 함께 커지는 구조에서, 파운드리 경쟁은 선택과 실행의 결과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차세대 공정 전환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첨단 공정 기술 확보와 함께 고객 맞춤형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계획이나 목표보다 실제 성과에 머문다. 수율 안정화, 양산 일정 준수, 주요 고객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영역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패키징과 공급이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으로, 특정 공정이나 제품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고객 요구에 맞춘 설계 지원, 안정적인 생산 체계, 장기적인 기술 협력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단기간에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성과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갖는다.


  이병훈 포항공과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경쟁에서 시장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점은 기술 선언이 아니라 양산 경험과 수율 안정성이다”라며 “고객사는 공정 미세화보다 생산 과정의 예측 가능성과 장기적인 신뢰를 더 중요하게 본다. 성과가 축적되지 않으면 경쟁 구도에서 입지를 넓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쟁 과정에서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이재용 회장의 전략 선택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연결된다.

빛나는 2026년을 향한 삼성전자의 조건은 이전과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반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의 기준은 이미 기술 단일 항목을 넘어섰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재편, 파운드리와 비메모리 영역에서의 신뢰 경쟁, 글로벌 공급망과 고객사 전략의 복합화는 기업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삼성전자가 마주한 질문은 명확하다. 반등 이후의 경쟁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가, 기술과 조직, 글로벌 네트워크를 어떻게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낼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이 시장과 고객의 신뢰로 연결될 수 있는가다. 2026년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차례로 드러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선택의 결과는 더 이상 미뤄지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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