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을 보는 눈⑤] '이재명표 사업' 1원도 안 깎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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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원을 보는 눈⑤] '이재명표 사업' 1원도 안 깎인 미스터리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3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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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 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 최로엡 ai화백

 

'이재명표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한 비법?

국가 비상시에 쓸 예비비를 희상타로 삼아

2026년도 총지출 728조 원 예산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전선이 형성된 곳은 수조 원 단위의 사회간접자본이나 복지 예산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적 상징성이 극대화된 이른바 '이재명표 사업들'이 예산 전쟁의 중심에 섰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극적인 합의에 도달하며 정부 원안의 총액인 728조 원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숫자의 이면에는 4조 3천억 원 규모의 세밀한 재배치라는 정치적 거래가 숨어 있었다.

 따라서 여야가 마지막까지 대치하며 예산안 처리의 최대 걸림돌이 되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과 국민성장펀드 항목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삭감의 칼날을 겨누었던 이 예산들이 어떻게 단 1원도 깎이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을까? 

지역화폐, 꼬리표 붙은 예산의 질긴 생명력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은 이번 국회 심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지자체 사무라며 국비 지원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의 핵심 마중물이라며 맞섰다. 작년 예산 심사에서도 전액 삭감과 기사회생을 반복했던 이 사업은 2026년 예산안에서도 원안이 그대로 유지되는 승리를 거두었다.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는 이 예산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예산을 삶을 바꾸는 예산이라고 정의하며 민생 사업의 사수를 자축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로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하지 못한 정책적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예산이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꼬리표를 붙이며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지역화폐 예산 사수를 예산안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정부 원안 대비 4조 3천억 원을 감액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인공지능(AI) 지원 예산 일부와 예비비, 정책 펀드 등 미래 투자성 항목을 깎아내는 대신 지역화폐라는 현재의 소비 지원금을 지켜내는 길을 택했다. 이는 재정의 효율성보다 정치적 합의가 우선시된 재정 배분의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성장펀드와 엠에이엑스(M.AX) 얼라이언스의 결합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국민성장펀드였다. 정부는 10조 원 이상의 투자를 목표로 하는 엠에이엑스 얼라이언스(M.AX Alliance) 투자 계획과 국민성장펀드를 연계하여 국내 산업 인프라를 혁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 펀드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며, 특정 기업 지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감액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성장펀드는 지역화폐와 함께 원안 유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활성화 대책과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 예산 사이의 거대한 주고받기식 타협의 결과였다. 국회는 예비비를 삭감하여 재정적 유연성을 희생시키는 대신, 국민성장펀드라는 거대 금융 지원책을 살려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노종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심의했다며 예산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박형수 의원 등 여당 측은 간사단이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거대 양당의 원내 지도부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되었다.

예비비 희생으로 얻은 민생의 면피

 이번 합의의 가장 큰 대가는 예비비의 대규모 감액이었다. 여야는 지역화폐와 성장펀드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쌈짓돈이라 불리는 예비비를 깎아 증액 재원을 마련했다. 이는 당장 눈에 보이는 민생 사업에는 박수갈채를 보낼 수 있으나,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의 대응 능력을 스스로 거세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회의 예산 조정을 두고 재정의 마중물 역할이 과도하게 축소되거나, 분야별 구성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지출 확대 과정에서 유사하거나 중복적인 사업이 늘어날 수 있으며, 사전 계획이 미흡한 사업이 경제 주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예산의 생존은 2026년 한국 경제가 기술 주도의 초혁신경제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당장의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현금 살포식 구조에 머무느냐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되었다. 728조 원이라는 거대한 파이 속에서 4조 3천억 원의 이동은 수치상 작아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에는 국가의 미래 설계와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충돌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숫자로 가려진 정치적 청구서

 지역사랑상품권과 국민성장펀드 예산이 원안대로 유지된 것은 민생을 위한 승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예비비 감액이라는 재정적 안보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라는 김병기 원내대표의 말과 아쉬움이 남는다는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 사이에서, 2026년의 한국 재정은 정치적 타협이 빚어낸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게 되었다. 이제 이 예산들이 실제로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성과를 낼지, 아니면 단순한 세금 낭비의 사례로 남을지는 오롯이 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성과 관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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