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던 보수적인 방위산업 현장에 '현역 전문성'을 무기로 내세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88년 동안 아날로그 음성 통신에 의존해온 포병의 전술 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방위산업 AI 전문 기업 뉴타입인더스트리즈(이하 뉴타입)는 딥테크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비롯해 더넥스트랩, 명신정보통신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23일 밝혔다. 투자 금액과 기업가치는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뉴타입은 전장 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AI 기술로 효율화하는 방산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다. 2025년 명신정보통신에서 스핀오프(분사)하며 본격적인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의 주력 제품인 'AI 표적처리 및 전술적 사격지휘 솔루션'은 포병 지휘관과 관측병이 적을 식별하고 타격 결심을 내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후 사실상 큰 틀의 변화가 없었던 전술 음성통신 체계를 완전 디지털화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눈길을 끈다.
뉴타입의 최대 강점은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다. 조성원 대표는 12년간 포병 장교로 복무하며 야전의 한계를 몸소 체험한 전문가다. 팀 구성 역시 전방 부대 출신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룬다. 현장을 모르는 개발자가 책상에서 만든 기술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사업 전략도 파격적이다. 국내 시장에 먼저 안주하기보다 미군 시장을 선점한 뒤 한국군으로 역진입하는 전략을 취한다. 현재 미군의 신속시범 정책을 적극 활용해 조달 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2026년 미군 전력화와 한국군 시장 진입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뉴타입이 타깃으로 삼은 미군 BCT(여단전투단) 59개와 한국군 48개 부대의 시장 규모는 약 69억 달러(한화 약 9조 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최원기 블루포인트 수석심사역은 "뉴타입은 단순히 특정 AI 기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전장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팀"이라며 "미군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제품을 검증해 나가는 접근 방식은 기존 한국 방산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궤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글로벌 국방 시장의 흐름은 탱크나 장갑차 같은 '하드웨어'에서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맥킨지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센서와 네트워크, 결정 체계의 디지털화가 무기 플랫폼 자체보다 더 큰 전략적 가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CB 인사이트는 지휘통제 및 AI 분야 투자가 전년 대비 46%나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뉴타입은 미국의 방산 혁신 기업 '안두릴(Anduril)'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한다. 군의 요구사항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군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도메인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다만 고도로 보수적인 군 조달 시장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는 과제다. 미군 시장 진입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와, 민간 스타트업으로서 거대 방산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조성원 대표는 "전투원들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쓸 권리가 있다"며 "미래 방산 혁신은 요구대로 잘 만드는 곳이 아니라, 전장에 필요한 무기를 먼저 제안하는 기업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뉴타입은 기술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현장 피드백을 반영한 고속 반복 개발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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