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생각했다면 벌써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우리 병원이 아니면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의료계 내에서 소아과 기피 현상과 낮은 수가 문제로 소아 재활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안양의 아벤스병원이 17년째 ‘소아재활’의 보루 자처하며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 수익성 낮아도 ‘고집’… 경기 남부 소아재활의 ‘성지’
아벤스병원은 현재 전국 39개소, 경기 남부(병원급) 2개소에 불과한 보건복지부 지정 ‘제2기 어린이재활의료기관’으로 선정돼 뇌성마비·발달장애·염색체 이상 등 신경계 문제가 발생한 발달지연 및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소아재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7년 전 개원 당시만 해도 소아재활을 다루는 병원이 일부 존재했으나, 낮은 수익성과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대부분 성인 재활이나 일반 요양 중심으로 전환해 현재는 소아재활 기관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아벤스병원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소아재활 분야를 유지·확대하며 전문성을 쌓아오고있다.
현재 아벤스병원의 소아재활 센터는 낮병동과 외래 운영을 통해 일평균 50여명의 환아들이 찾고 있다. 안양뿐만 아니라 서울, 수원, 평택, 동탄, 심지어 충청도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센터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연하치료, 인지치료, 언어치료 등을 포함한 폭넓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신체 발달 향상을 목표로 한 특화 프로그램인 ‘뉴튼박스 슬링치료’까지 갖춘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권건일 행정원장은 “소아재활 공간을 성인 병상으로 전환하면 당장의 수익은 훨씬 좋아지겠지만, 원장님의 철학이 완고하다”며 “재활병원이라면 돈이 되는 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아부터 성인까지 모든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재활의 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지금의 병동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전하며, 앞으로 ‘회복기 재활병원’ 및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지정을 통해 지역 내 재활의료 전달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소아재활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걷지 못하던 아이가 걸을 때”… 6개월 ‘학기제’ 운영의 비결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병원은 6개월 단위의 ‘학기제’를 도입했다. 워낙 대기자가 많아 ‘청탁 아닌 청탁’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지하 1층 사무실에서 매일 아이들과 부모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관계자는 “돌도 되기 전 찾아온 아이가 1~2년 치료 끝에 걷기 시작하고, 말문을 뗄 때 느끼는 감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아벤스병원은 소아전문치료사 20여 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 180여 명이 120여 명의 환자를 돌보는 ‘노동 집약적’ 구조를 택하며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및 전국 5대 재활병원 목표
아벤스병원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회복기 전담 의료기관(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준비 중이다. 전국에 53개소에 불과한 회복기 병원으로 승격되면, 대학병원 퇴원 후 집중적인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최적의 재활 골든타임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향후 소아와 여성, 그리고 신경계 재활을 통합하는 대규모 확장을 통해 전국 5대 재활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환자들이 찾아오는 특정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춘 모델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 “우리는 공공병원”… 정부·지자체의 관심 절실
아벤스병원의 매출 중 비급여 항목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다. 이는 환자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병원의 의지다.
권오중 병원장은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공공성에 대한 확신 없이는 소아재활 병원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며 “공공성 확보를 위해 안양시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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