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병일 칼럼니스트]
일본의 신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왕실(황실)과 일본창세신화를 알아야 한다. 특히 일본 왕실은 신사와 한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착돼 있다. 실제로 일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신사를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토의 신앙에 근거한 제사 시설로 황실이나 씨족의 조상신, 위인이나 의사들의 영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고 규정한다.
일본 역사서인 '고사기'에 따르면 일본이라는 섬나라를 만든 신은 일본 왕실(천황가)의 황조신으로 불리는 이자나기다. 이자나기는 지금의 효고현 자리에 아와지 섬을 만들고 이후 혼슈, 시코쿠, 규슈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자나기의 누이이자 부인인 이자나미는 창조와 죽음을 담당하는 신이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에 얽힌 이야기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친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결혼해 낳은 아이가 불의 신 가쿠즈치였다. 가쿠즈치를 낳는 도중 이자나미는 음부가 불에 데어 죽고 말았다. 이자나기는 ‘이 아이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며 아들인 가쿠즈치를 칼로 무참하게 베어버렸다. 가쿠즈치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갈라진 몸 사이에서 8개의 화산의 신이 태어났다.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화산 활동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아내를 대단히 사랑했던 이자나기는 지하세계(저승)까지 내려가서 이자나미를 구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자나기가 지하세계에 도착했을 때는 이자나미가 이미 저승의 음식에 입을 대고 말았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올 수 없었다. 저승의 음식을 먹는 순간 저승에 속박된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여기서 물러날 이자나기가 아니었다. 끈질기게 이자나미에게 지상으로 가자고 하자 이자나미는 저승의 신들과 의논해 보겠다고 했다. 단 일곱 밤과 일곱 낮 동안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안된다고 당부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나 신이나 마찬가지의 속성인가 보다. 이자나기도 호기심을 못 견디고 아내의 몸을 보았다. 그 순간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내의 몸이 부패해서 진물이 뚝뚝 떨어지고 그 사이로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이자나기는 경악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자나미를 구출해 오겠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뒤였다. 약속을 어기고 도망치는 이자나기를 본 이자나미는 저승의 귀신을 데리고 이자나기를 쫓았지만 그를 붙잡지 못했다. 이자나미가 기를 쓰고 쫓아오는 것을 본 이자나기는 두려움을 느끼고 저승세계와 이 세상의 경계에 커다란 바위를 놓아 서로 왕래할 수 없도록 했다. 분노한 이자나미는 하루에 1000명씩 이자나기의 백성들을 죽였다. 그러자 이자나기도 하루에 1500개의 산실(아이가 태어나도록 했다는 뜻)을 두었다.
이런 연유로 이자나미를 창조와 죽음을 담당하는 신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이자나기는 저승에서 본 부정한 것을 털어내려고 물로 몸을 씻자 왼쪽 눈에서 아마테라스, 오른쪽 눈에서 츠쿠요미, 코에서 스사노오가 탄생했다. 이 세 명을 삼귀자라고 하는데 일본 신화는 물론 신토에서 중요하게 받드는 신들이다. 특히 천조신으로 불리는 아마테라스는 태양의 신이자 황실의 조상신으로 숭배되고 있다.
뉴스컬처 최병일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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