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연봉’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질 정도의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지난해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지급되거나 지급이 확정된 성과보수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1인당 평균 성과급이 1억6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권에서는 성과급이 기본 연봉을 훌쩍 뛰어넘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금융회사 성과보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발생한 성과보수 총액은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점검 대상은 자산 규모가 큰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다. 업권별로 보면 성과급 증가세는 금융투자업권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성과급만 1조4000억…금융권 ‘돈 잔치’ 어디까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성과보수 발생액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는데, 주식·채권·대체투자 시장의 회복과 함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역시 성과급 총액이 늘었지만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보험과 여신전문금융업권은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었다.
임직원 1인당 평균 성과보수는 1억5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직급별로 보면 대표이사와 최고경영진의 성과급은 수억원대에 달했고,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자는 9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임직원 중에서도 금융투자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평균 1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챙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성과보수 지급 방식은 현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성과급 가운데 70% 이상이 현금으로 지급됐고, 주식이나 주가연계 상품 형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형식적으로는 성과급의 절반 이상이 이연 지급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실제 이연 기간을 최소한으로 설정하는 사례가 많아 장기 성과와의 연계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성과급 환수 사례가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내부 규정에 따라 성과급을 다시 산정하거나 지급을 미루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미 확정된 성과급을 환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변동 등 외부 요인으로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 경우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조정 이후 금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성과급 규모가 빠르게 불어난 반면, 보수 체계는 여전히 단기 실적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 지표의 비중이 높은 반면, 소비자 보호나 재무 건전성, 장기 리스크 관리와 같은 항목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향후 성과보수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임직원의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 성과와 연계된 보상 구조를 강화하고, 과도한 위험 추구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성과급 이연과 조정 장치를 실질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봉보다 성과급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말과 함께, 성과보수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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