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이 정점에 달했다. 과거에는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 오픈만 기다렸다가 결과를 확인하는 ‘사후 확인’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리 환급액을 극대화하는 ‘사전 설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공제 요건을 제대로 몰라 돌려받을 돈을 놓치는 실수를 막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똑똑한 납세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매년 반복되는 정산 과정이지만, 세법은 복잡하고 공제 항목은 매번 바뀐다. 본인이 환급 대상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해 기회를 날리는 사례가 빈번한 이유다. 이에 개인의 소비 패턴과 주거 형태, 금융 정보 등 생활밀착형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들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AI 거브테크(GovTech) 기업 웰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전략적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이 제도는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 동시에 기부액의 30%인 3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13만 원의 혜택을 누리는 ‘필수 절세 코스’로 통한다. 웰로는 플랫폼 내에서 기부처 비교부터 답례품 선택, 증서 발급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특히 웰로가 지난달 선보인 ‘연말정산 혜택’ 메뉴는 보험료 공제까지 영역을 넓혔다. 본인 인증 한 번이면 가입된 보험 정보를 분석해 환급 가능액을 산출해 주는데, 이는 복잡한 계산을 꺼리는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은행과 증권가 등 금융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액공제 혜택이 큰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키움증권은 연금저축과 중개형 ISA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벤트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계좌를 모두 개설할 경우 포인트와 경품을 제공하며 절세 포트폴리오 구성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기존 고객들의 막판 입금을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증권은 IRP 순입금액에 따른 경품 제공을 통해 최대 1,20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는 공제 한도를 강조했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연금계좌 순입금액의 약 30%가 11월과 12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 자산운용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인 셈이다.
지출 방식에 변화를 주어 공제액을 높이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핀테크 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는 ‘절세 도우미’ 서비스를 통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최적 사용 비율을 제안한다.
사용자가 연봉 정보를 입력하면 소득공제 한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액을 실시간으로 비교 분석해 준다.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을 넘어, 남은 기간 어떤 수단으로 결제해야 환급액이 커지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들의 등장은 환급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플랫폼이 제시하는 예상 환급액은 입력된 데이터에 기반한 추정치일 뿐, 실제 국세청 확정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민감한 금융 데이터를 플랫폼에 연동하는 과정에서 보안에 대한 경각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말정산은 더 이상 ‘운’이 아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미리 설계하느냐에 따라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달라진다. 쏟아지는 디지털 도구들 사이에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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