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소셜 벤처가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글로벌 임팩트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키뮤스튜디오(대표 남장원)가 그 주인공이다.
키뮤스튜디오는 23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운영되는 사회적 임팩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TS2(Technology for Sustainable Social Impact) 2025’에 최종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선정은 국내 소셜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복지 모델에서 벗어나, 고유의 ‘IP(지식재산권)’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TS2는 싱가포르 정부의 사회적 임팩트 지원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싱가포르 사회적 기업 지원기관인 ‘raiSE’와 싱가포르국립대(NUS)의 기업부서 ‘NUS Enterprise’가 공동 운영하며, 총 35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35억 원) 규모의 펀딩을 기반으로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히 ‘착한 기업’을 돕는 수준이 아니다. 철저하게 인간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을 통해 스스로 생존 가능한 모델을 가진 기업만을 선발한다. 2년간 단 16개 기업만을 육성하는 좁은 문을 뚫고 키뮤스튜디오가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이들만의 독창적인 ‘IP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다.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인을 단순한 수혜자로 보지 않는다. 이들의 시각을 예술적 자산으로 승화시켜 콘텐츠 협업, 라이선싱, 디자인 교육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심사 과정에서도 임팩트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은 구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발 과정은 치열했다. 키뮤스튜디오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진행된 10주간의 집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멘토들과 함께 비즈니스 구조를 고도화하는 한편, 싱가포르 현지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미술 교육을 진행하며 현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키뮤는 이 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6년 ‘싱가포르 에디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을 넘어, 싱가포르 현지의 잠재력을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장원 키뮤스튜디오 대표는 이번 행보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 대표는 “전 세계 모든 아티스트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고 정당한 수익을 얻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싱가포르를 교두보 삼아 ‘포용이 곧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표준’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키뮤스튜디오는 이미 2025년 싱가포르 현지 법인 ‘KIMUSTUDIO’ 설립을 완료하며 글로벌 진출의 닻을 올렸다. 그간 뉴욕과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며 해외 시장의 반응을 살핀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향후 키뮤스튜디오 싱가포르 법인은 ▲발달장애인 아트 및 콘텐츠 교육 ▲글로벌 기업 대상 B2B ESG 캠페인 ▲전시 및 라이선싱 사업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특히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해 키뮤만의 독특한 포용 기반 창작 모델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키뮤스튜디오의 이번 성과를 두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시 겪는 '확장성'의 한계를 IP로 극복한 사례"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각국마다 장애인 고용 및 복지 체계가 상이한 만큼, 싱가포르를 넘어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차이를 어떻게 유연하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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