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 곧 몸이 된다는 격언이 인공지능(AI)과 만나 과학적 실체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개인의 유전체와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밀영양'이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내 영양학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영양학회와 정밀영양 AI 기업 (주)뉴지엄랩이 '음식이 곧 약(Food-as-Medicine)'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양 기관은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국민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구체적인 실증 모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력은 그간 '건강에 좋다'는 식의 막연한 조언 수준에 머물렀던 식생활 관리를 철저히 근거 중심의 과학적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식습관이 질병 예방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딱 맞는 식재료를 고르고 섭취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뉴지엄랩은 해당 간극을 AI 기술로 메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뉴지엄랩은 그간 개인의 건강 지표와 식품 성분 데이터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AI 정밀영양 엔진 개발에 주력해 왔다. 사용자가 장을 보는 단계부터 실제 식단 구성, 실천 여부까지 관리하는 전 과정을 데이터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한국영양학회의 학술적 전문성이 더해지면서 뉴지엄랩의 AI 알고리즘은 한층 강력한 신뢰도를 확보하게 됐다.
최근 유튜브나 SNS를 통해 쏟아지는 검증되지 않은 영양 정보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학술적 권위와 혁신 기술이 만난 것은 시장 정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양측은 앞으로 학술대회에서 기술 세션을 공동 운영하고, 전문가 자문 체계를 구축해 정밀영양 실증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효지 한국영양학회장(서울대 교수)은 "AI 기술이 식생활 영역에 깊숙이 침투하는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와 책임감 있는 적용"이라며 "뉴지엄랩과의 협력으로 푸드 애즈 메디신의 방향성을 공고히 하고 국민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지엄랩의 시선은 단순한 개인용 앱 서비스를 넘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협약 역시 기술의 신뢰도를 높여 파트너사들에게 확신을 주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실제로 뉴지엄랩은 커머스, 배달 서비스,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사 등 다양한 플랫폼에 즉시 적용 가능한 AI 엔진을 제공 중이다.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단순 '편의 중심' 서비스에 '근거 기반 건강 성과'라는 강력한 부가가치를 얹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사는 가입자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질병 발생률을 낮추고, 이커머스는 고객 맞춤형 신선식품 큐레이션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김지영 뉴지엄랩 대표는 "우리의 AI 엔진은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일상적인 식품 선택과 연결해 질병 예방이라는 실행 가능한 솔루션으로 변환하는 도구"라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푸드 애즈 메디신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력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대국민 홍보와 교육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AI가 제안하는 식단이 사용자의 경제적 여건이나 입맛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들과 얼마나 유연하게 타협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핵심이다.
정밀영양이 단순히 '비싼 유료 서비스'로 남지 않고,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학계의 전문 지식과 스타트업의 기민한 기술력이 만나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두 기관은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공동 논의 체계를 상설화하고, 정책 심포지엄 등을 통해 제도권과의 연결고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데이터가 밥상을 바꾸고, 그 밥상이 수명을 바꾸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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