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기업 한화와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시동을 걸게 됐다.
이번 황금함대 구상은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필리조선소를 운영 중인 한화는 황금함대의 전함을 호위하는 프리깃함 건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황금함대 구상 발표 "한화가 프리깃함 건조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호위함)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 기업은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곳은 위대한 조선소였다"며 "오래전 폐쇄됐지만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 및 민간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이 한화의 도움을 얻어 새로 도입하려는 프리깃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황금함대(Golden Fleet)'에 편제된다.
황금함대는 냉전시대 이후 퇴장한 '거대 전함(Battle Ship)'을 재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수많은 함포와 두꺼운 장갑을 두른 전함은 한때 미 해군력의 상징이었다. 각 주(州)의 이름을 딴 아이오와·미주리·위스콘신·앨라배마호 등이 태평양 전쟁 등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전함의 함포 사격은 작전 수행 반경과 정확도 등에서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나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장거리 미사일에 밀리면서 전략적 효용 가치는 떨어졌고, 1994년 이후 미국은 전함을 건조하지 않게 됐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천500t)이지만 황금함대는 3만~4만t급으로 제작된다. 여기에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다.
황금함대를 구성할 전함은 일단 2척을 먼저 건조하고, 궁극적으로는 20~25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화가 참여하는 분야는 기동성을 갖춘 프리깃함(호위함)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첫 사업이 황금함대 구축과 연결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황금함대'로 중국 '해양굴기' 견제 시도
이번 황금함대 구상은 미국의 해군력을 복원함으로써 중국의 '해양굴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함을 매일 4척씩 건조할 정도였지만 이후 국내 조선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군함 건조 능력이 떨어졌다. 이를 틈 타 군함 건조를 늘린 중국에 해군력을 따라 잡혔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여전히 세계 최대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에 잠수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세계에 전력이 분산된 미국으로선 중국이 집중하는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백악관은 이달 초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전세계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이 매년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며 이 곳에서의 "유리한 재래식 군사 균형이 전략적 경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제1도련선 어디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1도련선은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중국 연안 섬들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침략'의 주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지목한 맥락이다.
백악관은 또 "경쟁국 중 어느 한 국가가 남중국해를 장악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잠재적 적대 세력이 세계 최대의 상업 항로 중 하나에 통행료 체계를 부과"하거나 "마음대로 폐쇄"할 경우를 우려했다.
'경쟁국 중 한 국가'나 '잠재적 적대 세력' 역시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백악관은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군사력(특히 해군력)에 대한 추가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황금함대가 구성될 경우 주로 인도·태평양 해역에 전개될 것으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곳에서 해군력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확장주의' 또는 '현상변경 시도'에 맞설 억지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1500억불 대미조선업 투자, '황금함대'로 시동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함대 구상과 함께 한화가 참여하는 호위함 건조 계획을 공개함에 따라 1500억달러 규모 조선업 투자 패키지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 양국 간 조선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지난 19일 미국의 최대 군함 조선업체인 헌팅턴 잉걸스가 2028년 진수를 목표로 첫 호위함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군은 이 업체뿐만 아니라 추가 호위함 건조를 여러 조선소에 맡길 예정인데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는 한화가 향후 호위함 건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존 펠란 해군 장관도 "필라델피아에서 샌디에이고, 메인에서 미시시피, 5대호에서 걸프 연안(멕시코만)까지 모든 조선소에 일감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호위함 건조에 방점을 두면서 한국 현지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됐다.
그간 한국 정부와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활용해 미국 법규가 막고 있는 해군 함정의 한국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주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법'을 재확인 했고, 이날 "미국 내 건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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