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숙원인 ‘성과급 정상화’를 눈앞에 뒀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코레일 경영진이 뜻을 모아 정부와 잠정 합의를 도출하면서 23일 오전 9시로 예고했던 총파업 돌입을 일단 유보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정을 지켜본 뒤 잠정 합의안을 이행하면 파업을 최종 철회할 방침이다.
당장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공운위가 정부의 절충안을 그대로 이행할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다. 실제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렸다. 공공기관·공기업의 성과급이 경영 평가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만큼 코레일의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공적 역할을 하는 코레일을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이 부딪힌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경영학과 교수는 “코레일은 10여 년 가까이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유지했고, 성과급 지급 기준뿐 아니라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서도 성과급이 줄었다”며 “중대 재해나 인명사고가 왜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코레일이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경영 효율화나 중대 재해 방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와 달리 필수 노선을 운용하는 등 적자 구조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코레일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영 평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두둔성 의견도 나온다.
한국교통대학교 김주영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코레일은 벽지 노선 운영 등 필수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경영 구조가 아니다”라며 “경영 평가가 C·D 수준에 머물긴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성과급 지급 기준율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내년에는 기본급의 90%, 2027년부터는 100%로 지급하기로 공운위에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 총파업에 따른 ‘교통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감축 운행이 예고됐던 서울지하철 1·3·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강선 등 수도권 전철과 대구경북의 대경선, 부산경남의 동해선 등 광역전철은 오후 2시까지 정상 운행된다. 고속철도(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도 같은 시간까지 정상적으로 운행한다.
철도노조는 공운위 결정을 지켜볼 계획이다. 정부가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제안한 만큼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공운위에서 결과가 나와 봐야 알지만, 정부가 뒤집을 약속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행 기본급인 80%가 아닌 100%를 기준으로 산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코레일은 2010년 임금체계 개편을 다른 기관보다 약 1년 늦게 마쳤다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2018년 노사합의를 거쳐 사실상 100%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2021년 6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다시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기본급의 80%라는 건 성과급이 200%로 정해졌을 때 그 액수의 80%인 160%만 지급 받는다는 의미다.
코레일 경영진과 노조는 15년 전의 잘못으로 영구히 불이익을 받는 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임금 개편 당시 조폐공사도 같은 이유로 패널티를 받았으나, 2012년 1년 동안만 유지하고 이후부터 100%의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코레일 경영진도 전날 호소문을 발표하며 노사의 뜻이 모였다. 경영진 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의 정상화 문제로 인해 노사 갈등과 직원 사기 저하 등 매년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과 서비스 향상에만 집중하기 위해 15년 묵은 과제인 성과급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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