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확정 아냐…여론 수렴 중"

[세종=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교육부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안 발생 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방안에 대해 추가 검토에 나섰다. 교권보호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 교권침해 사안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막으려는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교원단체가 제도의 개정·유예를 요구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은 내년 3월에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 최교진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여론 수렴 후 결정”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중대한 교권침해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최 장관은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출석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교권보호 방안을 내년 1월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원단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권보호라는 정책목적 달성보다 학생부 기재의 적법성을 따지는 법적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학생과 보호자가 교권침해를 반성하기보다는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학생부 기재를 무력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교권침해 사안의 학생부 기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 장관은 이에 한 발 물러났다. 그는 “중대한 교권침해 사안에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학생부 기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교육 현장에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좀 더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 교권단체 반대 ‘학맞통’은 “늦출 생각 없어”

최 장관은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 정책에 관해서는 “늦출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학맞통은 기초학력 미달이나 경제적·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지원하는 것으로 내녀 3월 전면 시행 예정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교사노동조합연맹)

관련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교원단체들은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최근 학맞통의 우수사례로 △학부모에게 대출 제도 안내 △학생 등교 전 아침 식사 마련 △학생 집을 방문해 함께 고기를 구워 먹기 등이 공유되자 교원단체들은 제도의 개선과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정책 도입 취지와 달리 학교가 복지시설로 변질할 수 있어서다.

최 장관은 “제도의 취지는 교사 혼자 떠안던 위기학생 지원 업무의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며 “교사 희생을 담보로 한 일부 학맞통 활동이 우수사례처럼 공유가 돼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며 “학맞통 시행을 멈추거나 늦추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 “교사 SNS ‘좋아요’는 학생에 정치적 영향 없을 것”

최 장관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논란 가능성에 대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교사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아요’ 정도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의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종교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비유했다.

또 “유권자인 고3 학생들이 정책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지금은 교사들이 이런 토론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도 최소한의 정치적 의견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 “수능 폐지 공감하지만…점검할 내용 많아”

교육계 화두로 떠오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폐지에 관해서는 “큰 방향성에는 공감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미래형 대입제도’를 공개하면서 2040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최 장관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3강’이라는 목표를 두는 상황에서 5지선다형 수능으로 줄 세우기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대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세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2040년 수능 폐지라고 못박기에는 점검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