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미국 CBS방송이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의 이민자 추방 관련 보도를 취소한 것을 두고 내외부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판의 초점은 미국 행정부가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리 와이스 CBS 신임 편집국장이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고위 인사의 반론 인터뷰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과 보도 취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맛에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맞춰져 있다.
브라이언 샤츠 미 상원의원(민주·하와이)은 이번 사안에 대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끔찍하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만약 경영진이 미친 왕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보도를 피해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호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여기는 아직 미국이며 우리는 이런 헛소리를 즐기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도 엑스를 통해 "60분과 저널리즘에 슬픈 날"이라며 말했다.
마키 의원은 "트럼프는 파라마운트(CBS의 모회사)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을 승인했고 몇달 후 CBS 새 편집국장은 트럼프를 비판하는 심층 보도를 킬했다"며 "바로 이것이 정부 검열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는 합병안을 발표했으며 지난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를 승인한 바 있다. 스카이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설립해 운영하는 회사다.
미디어 평론가 카라 스위셔는 SNS 스레드를 통해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트럼프를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위셔는 와이스 편집국장이 밀러 부비서실장을 인터뷰하라고 지시한 것은 "기사 맥락에서 볼 때 어리석은 짓"이라며 "나중에 따로 그를 인터뷰하는 것은 괜찮지만 행정부가 공식 논평을 거부했는데도 그의 인터뷰를 추가하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CBS는 전날 방송 예정이었던 60분의 이민자 추방 보도를 방송 3시간 전 취소시켰다.
해당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엘살바도르의 악명높은 '테러범수용센터'(CECOT)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학대 경험담 다룰 예정이었다. 이후 CBS는 추가 취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취소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제작진은 즉각 반발했다. 취재를 담당한 샤린 알폰시 기자는 전날 "다섯 차례의 내부 검토를 거쳤고, CBS 법무팀과 편집 부서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며 "편집 기준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취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와이스 편집국장이 보도 취소 결정을 주도한 점이 알려지면서 그의 임명 후부터 꾸준히 제기된 CBS의 우경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와이스 편집국장은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 합병 후 사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 10월 편집국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이전에 일했던 온라인 매체 '프리프레스'에서 미국의 진보 진영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가디언은 와이스 편집국장이 이날 아침에 열린 직원회의에서 기사 취소 이유에 대해 "준비가 덜 돼 보류시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존 CBS의 설명을 되풀이한 수준 정도라고 평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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