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 이유 없이 불안... '정신적 숙취' 해소법을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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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다음날 이유 없이 불안... '정신적 숙취' 해소법을 알려드려요

위키트리 2025-12-23 11:3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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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허시윤(33·가명) 씨는 술만 마시면 지독한 고통에 시달린다. 특별한 사고를 친 것도 아닌데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린다.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조여오는가 하면 술 마실 때 행동을 반추하며 막연한 자책감과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이른바 ‘이유 없는 불안’으로 불리는 이 증상의 정체는 숙취(Hangover)와 불안(Anxiety)의 합성어인 ‘행자이티(Hangxiety)’다. 과거에는 개인의 기질이나 의지의 문제로 치부됐으나, 최근 뇌과학계는 이를 알코올에 의한 신경전달물질의 일시적 고장으로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아침의 구원투수로 천연 아미노산인 테아닌(L-Theanine)이 급부상하고 있다.

행자이티가 발생하는 과정은 정교하면서도 잔인하다. 우리 뇌는 술이 들어오면 진정 작용을 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강제로 활성화한다.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기분이 이완되고 대담해지는 이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알코올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바 수치를 급격히 낮추는 대신 각성과 흥분을 담당하는 글루타메이트(Glutamate)를 폭발적으로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극도의 ‘과흥분’ 상태에 놓인다. 몸은 지쳐있는데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심장 두근거림, 식은땀,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이유 없는 불안이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불안한 이유는 알코올이 강제로 높였던 진정 성분이 빠지자마자 뇌가 반동 작용으로 흥분 물질을 폭발시키며 과각성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 픽사베이

특히 평소 불안도가 높거나 사회적 수줍음이 있는 사람일수록 알코올이 빠져나갈 때 겪는 뇌의 반동 작용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테아닌은 주로 녹차와 홍차 등 찻잎에 함유된 희귀 아미노산이다. 뇌의 방어막인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특성을 지닌다.

행자이티가 발생했을 때 테아닌이 발휘하는 효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차단이다. 테아닌은 뇌 속에서 날뛰는 흥분성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활동을 억제해 뇌의 과각성을 가라앉힌다. 인위적인 진정제처럼 졸음이나 무기력증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뇌의 화학적 난장판을 수습하는 소방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는 알파파의 활성화다. 테아닌 섭취 후 약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뇌에서는 깊은 휴식이나 명상 상태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폭된다. 이는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 신체적 불안 증상을 즉각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준다.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파의 리듬을 정상화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아주는 과학적 기제다.

기존의 숙취 해소 시장이 간의 해독이나 위장 보호에만 매몰돼 있었다면 테아닌의 등장은 ‘정신적 숙취 해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몸은 회복돼도 정신적 피로와 불안 때문에 하루를 망치는 현대인들에게 테아닌은 실질적인 생산성 회복의 도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북미와 유럽의 웰니스 시장에서는 이미 숙취 방지 보충제의 필수 성분으로 테아닌을 채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 기능성을 인정받아 대중화되는 추세다.

테아닌엔 신기한 효과가 있다. 카페인과의 시너지 효과가 탁월하다. 숙취를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 속 카페인은 자칫 불안감을 증폭할 수 있는데, 테아닌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심장 두근거림이나 손떨림 같은 부작용을 상쇄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카페인이 많이 든 녹차를 마시면 커피와 달리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는 녹차에 테아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행자이티는 죄책감을 가져야 할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화학적 불균형에 의한 신체적 신호다. 240mg 정도의 테아닌 정제 한 알은 이 불균형을 바로잡고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게 돕는 영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테아닌이 알코올의 독성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병행해야 육체와 정신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어제의 즐거움이 오늘의 공포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끊고 싶다면 뇌를 위한 숙취 해소에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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