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안을 다시 반려한 것은 단순히 통합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이후 소비자가 실제로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형식적 통합이 아닌 실질적 권익 보호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가 가장 문제 삼은 대목은 마일리지 사용 가능성에 대한 구체성이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은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하나의 제도로 묶는 틀을 제시했지만, 보너스 좌석과 좌석 승급 등 핵심 사용처에서 통합 이후에도 충분한 공급이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마일리지 제도는 적립보다 사용이 본질인데, 사용처의 양과 접근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명목상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특히 공정위는 통합 항공사가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마일리지 좌석을 경영상 이유로 축소하거나 제한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이전에는 두 항공사 간 경쟁이 일정 부분 마일리지 혜택을 유지하는 장치로 작동했지만, 통합 이후에는 그 견제 장치가 사라진다. 이런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관리·감독 방안이 통합안에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반려의 핵심 배경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제도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석 공급 규모, 성수기·비성수기 운용 원칙, 노선별 배분 방식 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마일리지 가치가 사실상 항공사 재량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이는 기업결합 승인 당시 전제였던 소비자 보호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번 반려는 공정위가 마일리지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 권리'의 영역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결정이기도 하다. 통합 비율 논쟁을 넘어, 통합 이후에도 마일리지가 현금에 준하는 교환 가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공정위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통합은 불가피하더라도,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다시 제출할 보완안에서는 숫자상의 통합 논리를 넘어, 통합 이후에도 마일리지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자산'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지에 대한 답이 요구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정착돼야 한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은 아직 고객의 니즈를 소화하는데 모자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최선의 안을 낸다고 냈겠지만 여전히 고객이 우선되는 정책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재고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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