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잔인하다" 비판 후 범부처 협의체…정보 연계 확대·AI 예측 고도화
지원 누락 없게 발굴 이후 조사·상담 강화…고위험 가구는 우선 방문 관리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로 위기가구를 발굴해 지원하는 '선제적 복지'로 복지제도를 전환한다.
국내 복지 제도는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에 기반한다.
그렇다 보니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로도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유사 문제가 잇따랐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신청주의를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비판하면서 본격적인 개선에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위기가구 발굴·지원 정책의 관계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범부처 위기가구 발굴·지원 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고독사 발생은 복합적 위험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부처별 개별 대응으로는 조기에 발견하고 충분히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범부처 협의체를 처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이날 회의에서 공유한 복지 안전매트 방안에 따르면 위기 가구를 찾는 데 있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기 정보의 품질을 개선하고, 금융 연체·채무, 의료비, 고독사·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포착할 수 있도록 정보 연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토대로 AI 예측 모형을 고도화해서 고위기 가구를 선별하고,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에서 민관 협업 기반의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해서 신속히 포착하도록 전기검침원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 종사자가 참여하는 복지위기 알림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확대한다.
위기 가구로 발굴된 이후에는 체계적 조사와 상담을 통해 실제 필요한 지원이 누락 없이 이뤄지도록 개선하겠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복지 위기가구, 위기 아동, 고독사 위험군 발굴 조사를 가구 단위를 통합해 현장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조사를 내실화하고, 고위험 가구는 우선 방문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화·공감이 가능한 생성형 AI 상담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여러 상황에 대해 공감형 상담과 맞춤형 안내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복지 신청 단계에서는 모바일 기반 현장 신청을 확대해 주민센터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도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사회보장급여 신청 서식도 간소화한다.
지원 단계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 지원을 중심으로 보호를 강화한다. 생계·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완화해 수급 대상을 확대한다.
긴급복지의 경우 생계지원금 인상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고독사 예방 사업은 사회적 고립 대상으로까지 확대하고, 고독사 위험군 발굴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또한 생애 주기별 맞춤형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정서·심리적 위기도 함께 지원한다.
정부는 더 나아가 위기가구 수급 탈락·중지 가구에 대해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위기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수급 가능성이 있는 가구에는 선제 안내하기로 했다.
이밖에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추천하는 등 복지 행정 혁신을 추진한다. 복지 멤버십 안내 사업을 확대하고, 안내 수단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겨울철은 생계, 주거, 돌봄,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시기로 정부가 더 먼저 살피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할 때"라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촘촘하고 두툼한 복지 안전매트를 반드시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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