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이 이동원 SBS PD에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21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죽음을 재조명했다.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편과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할 길’편 총 2편을 방영했다. 방송에는 피해아동의 생년월일, 입양 전 이름, 입양 전과 후의 얼굴 사진, 동영상 등이 실렸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 PD를 고발했다. 피해아동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그대로 노출하는 행위는 아동학대처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 PD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보도금지의무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 PD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익 목적으로 보도했기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행위에 관한 중대한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방송이 피해아동의 학대피해를 공개해 시청자들이 양부의 주장과 비교해 판단할 수 있게 했다고 봤다. 방송은 피해아동의 사진을 전문가에게 제시해 아동학대가 있었다고 볼 정황을 살펴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재연 영상을 활용하거나 주변인의 모습은 흐린 화면 처리해 관련 정보 노출은 최소화했다.
이를 토대로 헌재는 “만일 피해아동의 얼굴 전부 또는 일부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경우 멍이나 표정, 피부색 차이 등을 구별할 수 없고,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이 학대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며 “실효적으로 지속적인 피해 사실 및 아동학대 사실을 전달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헌재는 피해아동의 상황, 방송 경위, 구체적 보도 내용 등을 종합했을 때 이 PD 행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속적인 학대의 정황, 관련 기관과 사회의 소극적 대처가 낳은 결과에 대해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피해아동의 얼굴 등을 공개한 것”이라며 이처럼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방송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시청률을 높이거나 방송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기타 목적을 위해 아동의 신상정보를 필요 이상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오히려 방송이 피해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헌재에 따르면 피해아동은 몇 달간 극심한 학대로 사망해 이름 없이 혹은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이름으로 보도돼 잊힐 뻔 했으나 해당 방송 덕분에 대중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었다.
아울러 헌재는 방송이 아동학대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행위에 부합하는 처벌을 촉구한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방송이 아동학대범죄의 예방 방은 등을 공론화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다”며 “동시에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로서의 의미도 가진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