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韓경제 2% 내외 성장률…환율 1400원 내외로 하향 안정”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내년 한국 경제가 내수 회복과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에도 불구 2% 내외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원화 약세 기조가 전반적으로 유지되겠지만, 1400원 내외로 다소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열린 ‘제80회 산업발전포럼’에서 “내년은 글로벌 성장률이 3% 안팎의 저성장이 전망되지만 정책 환경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라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각국의 변동성이 높은 정책과 정책 불확실성을 기업전략의 내생변수로 생각하고 적극 대응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내년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포럼에 소속된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백화점, 석유, 섬유, 시멘트, 엔지니어링, 의료데이터, 자동차모빌리티, 전자정보통신, 제로트러스트협회,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체인스토어, 항공우주, 화학 등 19개 단체가 참여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탈탄소 정책이 속도 조절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기업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책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는 그동안의 규제 일변도에서 기업·기관들이 겪는 행정·규제 서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하게 움직이고 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EU 고위 정책결정권자들은 ‘규제 강화’보다 ‘간소화·부담 경감’ 쪽으로 확실히 톤을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규제 정책들도 기업들의 생존 보장 차원에서 이제는 간소화와 부담 경감 방향으로 정책의 톤을 확실히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국내 경제는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9%~3.1%로 여전히 낮은 성장률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의 경우 완만한 내수 회복, AI·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중심의 설비투자 증가, 올해 큰 폭 감소했던 기저효과에 따른 건설투자 반등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2% 내외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내년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올해 원달러 환율이 4년 연속 상승하며 1400원 중후반이 뉴노멀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1400원 내외로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기별로는 △2025년 4분기 1448원 △2026년 1분기 1432원 △2분기 1422원 △3분기 1420원 △4분기 1408원 등으로 예측했다.

장 원장은 이어 “내년 수출은 7110억 달러, 수입은 6330억 달러, 무역수지는 78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증가 품목으로 컴퓨터 ·반도체·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일반기계 등을 제시한 반면, 수출 감소 품목으로 자동차·철강·선박·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을 꼽았다.

아울러 장 원장은 “내년은 생성형 AI를 실질적 생산성 도구로 활용하는 ‘AI 대중화의 원년’이 돼, AI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564억 달러에서 2034년 2329억 달러로 연평균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감지된다. 장 원장은 “중국은 근린궁핍화 정책의 효과로 상품무역 흑자가 1~11월 중 1조 달러를 돌파, 전세계 역사상 최초 기록을 달성하고 2029년 경상수지 흑자는 세계 GDP의 1%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런 중국의 제조굴기로 유럽, 동아시아(한국), 멕시코 등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8개월만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2원을 돌파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인피티니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